산업 산업일반

국내조선, 경영난 설계업체 인수 ‘그림의 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4 17:48

수정 2016.10.24 22:08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확보 적기인데..
설계는 고부가 핵심 역량.. 턴키수주 비용 70% 차지
해외경쟁사는 M&A 추진.. 국내 기업은 “생존이 먼저”
조선3사 합작기업이 대안.. 정부 차원의 지원 아쉬워
국내조선, 경영난 설계업체 인수 ‘그림의 떡’

"해양플랜트 설계능력을 쌓기엔 좋은 타이밍인데 생존이 불투명하니…."

국내 조선해양전문가의 탄식이다. 해양플랜트가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건조' 부문에서만큼은 국내 업체를 추격할 수 있는 국가가 드물어 장기적 관점에서 꼭 필요한 분야인데 현실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논의에 막혀 해양플랜트 역량을 쌓을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며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플랜트 고부가 위해선 '설계능력 필수'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 시점이 해양플랜트 핵심 능력인 '설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적기지만 인력조정 일변도의 구조조정으로 이 같은 논의마저 실종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그간 해양플랜트에서 조단위 손실을 낸 배경엔 '설계능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양플랜트 건조는 '설계(E)→자재구매(P)→건조(C)→설치(I)' 등의 과정을 거친다. 당초 국내 조선업계는 건조 부문만 담당했는데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가 커지자 설계 부문까지 일괄수주(턴키)하게 된다. 설계 부문이 고부가가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와 인력이 절대 부족해 다시 해외 전문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해양플랜트 건조를 진행했다.

해양플랜트는 설치되는 장소에 따라 크기와 설비가 천차만별이어서 건조 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설계를 다시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그때마다 설계비 지출이 계속됐다. 턴키방식으로 수주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국내 조선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발주사가 설계 변경 등을 트집 잡아 인도를 거부하면서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국내 해양플랜트 전문가들이 이런 대규모 손실에도 설계능력 강화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전체 계약금액의 대부분이 설계비와 설계에 따른 자재구매비가 자치하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본설계와 개념설계비, 핵심.주요 기자재 조달자금으로 전체 계약금의 70% 정도가 나간다"고 밝혔다.

■지금이 M&A 통해 기술축적 절호의 기회

해양플랜트 시황 악화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어 인수합병(M&A) 혹은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설계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늘고 있지만 국내 업체는 여력이 없어 입맛만 다시고 있다.

일본 미쓰이조선은 자회사 ECI를 통해 지난 8월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SCEL를 인수합병했다. 중국도 해양플랜트 설계능력 강화에 뛰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프랑스 테크닙 인수에 나선 적이 있다"며 "결국 프랑스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사례였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 3사도 과거 설계능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미국 휴스턴에 현지법인을 세워 설계인력을 영입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AMEC과 공동출자해 휴스턴에 해양엔지니어링 합작회사를 설립했지만 시황 악화로 협력관계를 종료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3사가 각각 설계능력 강화를 추진하기보다는 협력관계를 구축해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양플랜트 전문가는 "각 업체가 독자적으로 설계역량을 갖추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대형 3사가 해외 선진 엔지니어링회사 혹은 국내 플랜트업체와 합작해 업체를 만드는 방안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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