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26일 "금융이 독자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지배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이날 서울 사평대로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29차 글로벌 리더스 포럼(회장 김성은 경희대교수)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열고 "큰 그림의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많은 법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법의 변화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지배구조 강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성은 부채위기로 문제가 있는 몇몇 유럽국가를 제외하고 최하위수준"이라고 꼬집으며 향후 개혁 과제로 △지배구조 강화 △금융의 선순환 구조 확립 △유니버설 뱅킹 구축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개혁 △네거티브(Negative) 규제 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 "돈 잘 버는 은행과 돈 못 버는 은행의 가장 큰 차이는 경영의 연속성"이라며 "주인이 있는 회사라면 이사회가 거수기라도 상관없겠지만 주인이 없다면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신할 수 있는 이사회의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현행법으로는 국내 은행사가 유니버설 뱅킹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니버설 뱅킹은 은행이 대출·예금 등 본연의 업무 외에 증권·보험·투자은행(IB) 등을 겸업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지주를 만들기 위해 급조됐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유니버설 뱅킹이 필요하다는 점, 유니버설 뱅킹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면서 "금융지주회사법을 바꿔 유니버설 뱅킹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대에 부적합한 왜곡된 통념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 회장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가 사업을 철수하면 '토종 금융회사에 참패했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이건 굉장히 왜곡된 시각"이라면서 "이들 금융사가 국내 금융사보다 수익성이 결코 나쁘지 않다. 결국 금융사 입장에서 우리나라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는 게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금융허브가 되지 못하는 환경적 요인과 연결된다고 하 회장은 보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 회장은 "금융허브는 결국 금융플레이어가 와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고 이는 곧 규제환경과 연결된다"며 "'이런 것만 해라'가 아니라 '이것 빼고는 다 해라'가 돼야 (금융플레이어가)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김무성·안철수·김두관 국회의원, 이인제·김종훈 전 국회의원 등 정·재계와 학계 주요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