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 재무장관 전격 교체…경제팀 '젊은 피' 수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2 06:17

수정 2016.11.02 06:17

사우디아라비아가 재무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경제 구조개혁을 담당할 경제관료들의 세대교체가 완료됐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왕가는 전날 사우디 금융감독기관인 자산시장청(CMA)의 모하메드 알 자단 청장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알 자단 장관은 경제개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올해 31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의 측근으로 사우디 내에서 신망 높은 변호사라고 FT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압둘라 국왕 서거 이후 CMA 수장으로 임명됐다가 이번에 경제부처 최고위직인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압둘라 국왕 서거 이후 지난 5월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교체된데 이어 이번에 알 자단 장관이 임명되면서 사우디 고위직은 대부분 '젊은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로 교체됐다.

알 자단 장관은 취임 뒤 성명에서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경제개혁 청사진인 '비전 2030'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난관에도 사우디가 비전 2030 틀 속에서 성장, 금융, 경제, 사회적 번영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비전 2030은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개혁해 '석유 이후 시대'에도 살아남도록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 계획이다.

2014년 이후 유가 폭락으로 사우디 경제가 휘청거리자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발전을 통해 유가 변동에 취약하지 않은 경제구조를 만들어야겠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현재 사우디는 재정수입의 약 87%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나친 석유의존도는 사우디 경제를 유가에 지나치게 취약한 상태로 만들었다. 2014년 중반 이후 유가 폭락으로 사우디 재정은 곧바로 악화됐고, 재정지출이 줄면서 이에 의존하던 민간 부문 위축을 몰고와 경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

1996년 취임 뒤 고유가를 바탕으로 풍족한 나라살림을 꾸려왔던 이브라힘 알 아사프 전 재무장관은 유가 폭락에 직면해 인기 없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재정지출을 12% 줄였고, 올해 예산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였다.

재정지출 감축이 곧바로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면서 성장률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으로 0.3%에 그칠 전망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사우디가 이란과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예멘 전쟁비용으로 인해 올 재정적자는 1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사우디는 이달초 최초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1800억달러를 조달해야만 했다.

알 자단 재무장관의 앞날도 밝지는 않다. 경제가 아직 석유라는 젖을 떼는 고통스런 초기 단계인데다 구조조정 역시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에너지·물 보조금 삭감과 판매세(부가가치세) 도입, 고위 공무원 급여 삼감, 공무원 복지 축소가 전부다.

세계 최대 석유공급업체인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상장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포함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남아있다.

자칫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울 경우 석유에서 나오는 부로 국민들을 아우를 수 있었던 알 사우드 왕가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개혁과 국민 불만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시작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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