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출퇴근길 점자 보도블럭 사라져 황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2 17:23

수정 2016.11.02 17:25

서울시,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호 위해 점자 보도블럭 정비 나섰는데…
서울시 공사규정에 얽매여 2m보도 좌우 장애물 없자, 있던 점자보도블럭도 철거
“민생중심 아닌 규정중심” 시각장애인연합회 비판
2일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 중앙버스차로 정류장에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점자 보도블럭이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2일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 중앙버스차로 정류장에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점자 보도블럭이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서울시가 '교통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보호를 위해 메뉴얼을 내놓고 점자 보도블럭 정비에 나섰지만 '민생중심이 아닌 규정중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예산을 들여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보장하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정작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던 점자 보도블럭을 '지정한 메뉴얼에 따른 것'이라며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지난해부터 '점자 보도블럭 정비' 나서

2일 서울시 및 관련 단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각장애인도 걷기 좋은 보행친화도시'를 목표로 올 연말까지 장애인 점자 보도블럭을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당시 조사를 걸쳐 예산 287억원을 책정,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307개 지하철 역사내 점자 보도블럭 △신규 버스정류장 점자 보도블럭 △횡단보도 안내 점자 보도블럭 설치 및 재정비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조사된 점자블록 총 1381㎞ 가운데 562㎞ 구간에서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달 말 기준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략 87% 정도 완료한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서울시는 또 예산 28억원을 들여 서울시 버스정류장 5712곳 가운데 2066곳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재정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연말까지 두 달여 앞둔 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 버스정류장 점자 보도블럭을 보수 완료한 자치구는 단 7곳(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성북구, 은평구, 송파구)에 불과했다.

현재 보수가 50% 이상 진행된 자치구는 13개구로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서초구, 강동구로, 이 밖에 보수가 절반도 이뤄지지 않은 구도 5곳(강남구, 동작구, 강서구, 영등포구, 관악구)에 달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버스정류장이 5712개로 산재해 있는 상황으로 자치구별로 조사에 따른 예산을 지급해 현재 예산집행율 60% 정도는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시장이 보도블럭 관련 안전한 보행 등을 내세우고 있는 시점이라 연말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도공사' 메뉴얼"

그러나 시각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서울시의 보도환경 개선정책이 정작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이 출퇴근을 하던 길에 있던 점자 보도블럭이 사라져, 이 지역을 다니던 시각장애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지하철)이수역 7번 출구와 사당역 10번 출구 중간 지점에 시각장애인들이 근무하는 안마소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당 자치구인 동작구가 점자 보도블럭을 없애버렸다"며 "이에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서울시가 규정한 보도공사 메뉴얼에 따른 것으로 시에서도 심의를 거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정한 해당 메뉴얼에 따르면 2m 보도 폭의 좌우에 장애물이 없으면 점자 보도블럭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연합회 관계자는 "말그대로 '민생중심이 아닌 규정중심'의 정책이다.
시각장애인이 잘 다니던 길에 서울시가 마련한 보도공사 메뉴얼을 적용했더니 시각장애인이 혼자 오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설령 장애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점자 보도블럭을 생략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해당 내용으로 서울시 보도공사 메뉴얼의 불합리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하고, 서울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걷기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와 동작구청이 교통약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켜주지 못하고 행정편의로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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