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털어내기 '상가 할인분양'에 계약자들만 피눈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8 17:28

수정 2016.11.08 21:27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빨간불
상가분양 급증에 계약률 못맞춘 건설사들 할인나서
초기 계약자들 혜택 못받고 취소땐 위약금 물어야
털어내기 '상가 할인분양'에 계약자들만 피눈물

우성 미사타워 조감도
우성 미사타워 조감도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정식 분양이 얼마 지나지 않아 '털어내기식 할인분양'을 진행해 일부 계약자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반 서민들도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투자처로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아파트 청약시장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아파트 청약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이후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기대했던 계약률을 맞추지 못한 건설사들이 할인분양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할인분양이 이뤄져도 앞서 초기 분양가로 계약한 투자자는 같은 혜택을 보장 받을 수 없다. 또 계약을 취소하려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 '진퇴양난'이다.

■분양 1년만에 할인분양, 업체는 '모르쇠'

8일 업계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 전문건설기업인 우성건영은 상가 할인분양과 관련해 일부 계약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우성건영은 지난해 10월 미사강변지구에 중심상업용지 1-2블록에 플라자 상가 '우성 미사타워'를 분양했다.


연면적 2만5769㎡, 지상 14층 높이인 이 상가의 초기 분양가는 1층의 경우 평균 분양 단가가 3.3㎡당 3800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이 상가는 분양이 1년도 지나지 않아 분양가의 10%를 할인분양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층 상가 한 실의 초기 분양가가 15억528만원(공급면적 3.3㎡당 4200만원)에 분양됐다면, 1년 후에는 약 1억5000만원을 할인해 13억5475만원(공급면적 3.3㎡당 3780만원)에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분양 관계자들은 "초기 계약자분들은 이 혜택(10% 할인)을 누리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초기 분양을 받은 최모씨는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신도시이기도 하고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튼실하다고 믿고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며 "동생과 함께 1층 상가 2곳을 계약했는데 할인분양으로 총 3억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우성건영 측은 "할인분양은 모르는 일"이라며 "분양 대행사 측에서 자신들의 수수료를 깎아 할인을 할 수 있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할인분양을 지시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씨 측은 "할인분양을 해주겠다는 녹취 파일도 있다"며 "계약서를 쓸 때부터 할인을 해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본사에서 모를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공급과잉.법적안전장치 부족.."투자주의보"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계약자가 따로 구제 받을 수 없는 법적인 장치가 없어, 재산상의 피해를 고스란히 계약자 본인이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범현 변호사는 "최근 수익형 부동산에서 이런 문의가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이미 계약서를 쓴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요구하기 힘들고, 계약을 취소하려고 해도 거액의 위약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범 변호사는 "과장.허위 광고 등 다른 문제로 돌려서 소송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할인분양 건으로 법적인 대응을 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의 할인분양 등은 공급과잉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지난 2006년 2343실이 분양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해 6만5997실이 분양됐다. 10년 만에 분양물량이 3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수도권은 늘어난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년전부터 과잉공급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아파트 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신규상가의 경우 40% 정도가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졌다"며 "신규상가 분양은 리스크가 크다"며 부동산 투자에서 지나친 대박 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준화된 아파트나 펀드 상품을 사듯이 수익형 부동산을 사는 것은 금물"이라며 "꼼꼼하게 물건을 따져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직접 많은 상가를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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