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관리 소홀에 훼손되는 문화재 "쓰레기 넘치고 동물 키우지만, 사적지가 맞습니다"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4 17:43

수정 2016.11.14 18:55

지난 11일 찾은 서울 남현동 요지. 사적 제247호로 지정된 이곳은 백제시대 토기를 제작한 가마터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돼 무허가건물에다 토기 발굴터 인근에는 쓰레기, 생활용품 등이 널브러져 있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남현동 요지. 사적 제247호로 지정된 이곳은 백제시대 토기를 제작한 가마터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돼 무허가건물에다 토기 발굴터 인근에는 쓰레기, 생활용품 등이 널브러져 있다.

#1. 사적 제247호인 서울 남현동 요지(窯址)는 사적지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다. 사적지 내에 현재 무허가건물이 들어서 있는 데다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토기 발굴 지역에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남현동 요지는 삼국시대(백제 혹은 통일신라로 추정) 한강유역에 있는 유일한 토기 가마터로 학계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고 전한다. 관할 관악구청 관계자는 "사유지여서 지난 10여년간 땅을 매입,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2. 사적 제237호인 서울 종로 연남동 경모궁지에는 지난 9월부터 개 세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사도세자의 사당으로 이용된 이곳은 함춘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관계자가 문 한쪽 기둥의 안쪽 부근에 개집과 음식, 물 등을 놓고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복원공사 중인 경모궁지에는 구청 관계자가 수시로 드나들면서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별도로 조치하지 않았다. 수년째 문화재 복원 공사를 하면서도 정작 직접적인 훼손행위에는 무신경했던 셈이다.

서울 곳곳에서 관리소홀로 인해 사적지(史跡地)가 방치되고 있다. 보존가치가 높은 사적지에 무허가건물 건립은 물론, 오물.쓰레기 투기, 동물 사육 등이 이뤄지는 것이다.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높은 행위로 문화재보호법 위반이지만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문화재청은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사적지는 별도 관리자에 의해 관리.감독된다. 통상 지자체가 소유와 관리를 도맡는 경우가 많다. 개인 소유지라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적지는 대부분 일차적으로 지자체가 관리하고 총괄은 문화재청에서 한다"고 말했다.

■농사 짓고 쓰레기 쌓였는데 국가 문화재?

그러나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남현동 요지에 개인이 무허가건물을 짓고 거주해 철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현동 요지는 고대의 토기가 다량 발견돼 문화재청이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힌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별도 입구조차 없어 방문을 위해서는 거주자 A씨의 허락을 받고 그의 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고대 토기가 무더기로 발굴된 터에서는 이불과 생활용품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현행법상 문화재보호구역에 쓰레기, 오물을 투기하거나 동물을 사육하는 행위 등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다. 그러나 A씨는 "사촌이 이곳 땅주인"이라며 토지 곳곳에서 배추 농사를 짓기도 한다.

구청 관계자는 "부지가 넓기 때문에 예산 문제로 나눠서 매입 중"이라며 "올해도 예산이 부족해 매입 절차를 완료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 박모씨(46)는 "푯말이 있어 사적지인 줄 알지 농사 짓고 쓰레기 쌓여 있는데 누가 국가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겠느냐"며 혀를 찼다.

이날 찾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경모궁지 역시 부실하게 관리되긴 마찬가지였다. 내부에 개를 키우면서 배설물 등으로 곳곳이 오염된 데다 개집과 음식물이 놓인 함춘문은 직접적으로 훼손되고 있었다. 경모궁지 문화재 복원담당 기술자 B씨는 "문화재 복원을 위해 왔는데 개를 키우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며 "문화재 훼손 정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모궁지를 담당하는 종로구청 현장감독관은 동물사육 등 사적지 훼손과 관련해 "지난 9월부터 병원 관계자가 개를 데려와 밥 등을 챙겨주면서 정도 들었다고 해서 일정 기간만 키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모궁지는 수억원을 투입, 현재 사적지 복원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담당구청이 문화재 훼손행위를 방관한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복원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곧 개를 유기견보호소로 옮길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사적관리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의 관리태도도 문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사적을 총괄관리한다지만 지역마다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예산지원 등 보조적 활동을 주로 한다"고 털어놨다.

■문화재청.구청은 "인력, 예산 부족에 관리 어렵다"

특히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모궁지 관리 문제에 대해 "문화재를 지키는 용도로 개를 키울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사적지 내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 동물을 사육하거나 쓰레기 투기, 무분별한 토지 활용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일선 지자체 관계자들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청마다 돌봐야 하는 사적지는 많은데 실제 관리인원은 따르지 못해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수시로 점검하는 문화재 돌봄 사업을 진행 중이고 보수,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문화재청 주관으로 더 철저히 관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