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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기반 정부 경제성장률, 되레 시장 혼란 부를 수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0 17:30

수정 2016.11.20 17:30

기관 예측 매년 헛발질.. 5년간 성장률 내놓은 기관 금융연 2013년 전망 제외, 44차례 모두 실제치 상회
내년 성장률도 공염불?.. 신고립주의 등 악재 많은데 기재부 내년 3% 성장률 주장
전문가들 "낙관론 지나치다"
"낙관론 기반 정부 경제성장률, 되레 시장 혼란 부를 수도"

"낙관론에 근거한 경제성장률 예측은 세수추정, 기업의 투자계획 설정 등을 부정확하게 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성장률 예측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제시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경제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긍정적인 예측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지금처럼 지나치게 낙관적일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 3% 역시 공허한 목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로 세계 교역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협상 등 우리 성장률을 저해할 요인들이 속속 등장한 탓이다.


■기재부 전망, 9개 기관 중 8등

20일 국내외 9개 기관의 2011~2015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전년도 12월 기준)와 실제 성장률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획재정부의 평균오차는 0.92%포인트로 1.08%포인트를 기록한 국제통화기금(IMF) 다음으로 부정확했다. 0.86%포인트의 평균오차를 기록한 한국은행도 부정확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현대경제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금융연구원 등은 0.80%포인트로 정부나 한은보다 정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0.68%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정확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평균오차 0.64%포인트를 기록한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이었다.

지난 5년간 실제 성장률을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이들 국내외 기관은 전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지난 5년간 실제 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내놓은 기관은 2013년(실제 성장률 2.90%) 2.80%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금융연구원이 유일했다. 나머지 44차례는 모두 실제치보다 낙관적이었다.

정부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여당 의원이던 이한구 전 의원이 "막강한 연구인력과 전통을 가진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국내 조그만 연구기관보다 못하다"며 "조사연구 인력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내부역량을 한번 체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와 통화 당국의 전망치는 시장에서 일종의 '신호'로 읽힐 수 있어 비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은 사실 목표치라고 볼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을 다소 긍정적으로 한다는 건 그 숫자를 목표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책 수단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성장률을 낮게 예측하면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셈이 된다는 설명이다. 즉 재정.통화당국의 경제전망은 일종의 정책목표를 내포하는 만큼 민간기관과는 다소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내년 성장률 수정할까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 성장률 전망은 예산과 세제 등 나라 살림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이나 가계의 사업계획 및 지출계획, 즉 투자나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번 빗나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낙관론에 근거한 경제성장률 예측은 세수추정, 기업의 투자계획 설정 등을 부정확하게 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수단을 함께 갖고 있는 정부와 한은이 엉터리 전망치를 내놓고 목표치라고 설명하는 건 전망능력 부재에 대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

게다가 정부의 이런 터무니없는 전망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유로존 국가들은 2000년대 '3년 후 성장률'에 대한 오차가 1.9%포인트나 될 정도로 장기전망에 낙관적이었고, 이는 재정위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역시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하다 1990년대 초반 결국 부동산 거품 붕괴로 20년간의 장기침체에 빠졌다.

이 탓에 당장 내년 경제성장률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기재부는 내년 세계 교역량 증가를 예상하고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정부가 출범하면 신고립주의 정책에 의해 세계 교역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1.7%로 리먼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트럼트가 자유무역협정 전면 재협상과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공언하고 나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일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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