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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 새로운 실험] 대기업의 소셜벤처 투자, 공익·수익 선순환 시스템 창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1 17:24

수정 2016.11.21 17:24

(2) 대기업, 임팩트 투자의 마중물
SK·LG·현대차·한화 등 사회적기업에 자금·노하우 지원
수익 창출하면 또 다른 곳에 투자..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
향후 민간자본·공적자금 결합해 투자의 폭·형식 확대 촉매제 역할
#. 케이오에이는 '르 캐시미어'라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소셜벤처다. 몽골 현지에서 캐시미어 원사를 납품하는 생산자조합을 구축해 공정무역을 통해 의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구조다. 수익 일부(20%)는 현지인 생산자들을 위한 교육에 재투자하며 몽골 로컬 매니저를 양성하는 등 생산자조합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케이오에이는 지난해 LG소셜펀드의 지원을 받아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 케이오에이는 소셜펀드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갤러리아백화점에 단독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으며, 서울패션위크에도 참여하게 돼 점차 인지도를 넓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임팩트 투자' 새로운 실험] 대기업의 소셜벤처 투자, 공익·수익 선순환 시스템 창출

대기업들의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으로 '임팩트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공익성을 추구하던 기존의 사회공헌활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익성까지 확보하는 기업에 자금의 젖줄이 되는 진화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대기업들은 임팩트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새로운 투자를 반복하며 가치 선순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같은 자본으로 기대 이상의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의 투자 열풍이 임팩트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소셜벤처에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소셜벤처들은 그동안 낮은 수익성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투자형식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기업, 임팩트 투자 러시…'공익.수익' 교집합 추구

국내 대기업들이 임팩트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 대기업 최초로 '사회적기업단'을 만들어 운영 중인 SK그룹은 임팩트 투자의 상징이 됐다.'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로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근거해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1차연도 측정 대상인 44개 사회적기업은 2015년 한해 동안 총 104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했다"면서 "측정된 사회성과에 근거해 적정수준을 각계 전문가들과 고민해 총 27억원이 인센티브로 지급됐다"고 전했다. 기업당 평균 6000만원선의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계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인정받고 그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 사회적기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투자와 창업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금전적 보상 외에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과 평가가 이뤄지면 시장 신뢰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자본이 유치돼 창업이 활성화되는 생태계 선순환 구조 조성이 목표"라고 전했다.

LG전자와 LG화학은 공익성 및 지속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경제조직을 발굴, 육성,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펀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20억원을 투입해 122건의 지원을 시행했다"면서 "자금지원(무이자 대출 및 무상지원)은 물론 LG전자 노동조합의 생산성향상 컨설팅과 LG소셜캠퍼스를 통한 공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0년 설립된 소셜벤처인 이지무브에 지금까지 5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지무브는 상.하차 보조기와 이동.보행을 위한 보조기 등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각종 보조.재활기구를 제조하는 사회적 벤처기업이다. 이지무브는 이동 보조기를 국산화해 기존 수입산 제품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면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설립 후 2014년까지 매년 적자를 봤지만 현대차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 지난해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지무브는 2014년 기아차를 통해 장애인과 노약자가 타기 쉽게 개조한 복지차량인 '올 뉴 카니발 이지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사회적기업인 한화B&B를 설립해 2014년 대기업 최초로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신규직원 채용 시에는 한부모가정·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우선 고용하며 모두 정규직이다.

■투자대상 선정이 최대 애로사항

임팩트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대상 선정이다. 투자대상의 분석에 있어서 투자대상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사업모델이 수익성 측면에서 타당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사업적으로 타당성과 지속성을 갖춘 기술이나 사업모델만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헌, 즉 임팩트를 제대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들도 이러한 점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또한 애로사항을 겪는 점이기도 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사회기업가정신, 사화적가치, 지원타당성 등을 3~4단계에 걸쳐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면서 "그러나 혁신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사회적기업가를 찾아내고 지원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임팩트 투자 촉매제 역할 기대

또한 모든 대기업들의 임팩트 투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감에서 포스코는 산하 사회적기업이 당초의 설립취지와 달리 파행 운영된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포스코가 산하 사회적기업에 포스코 출신자들을 대표, 임원으로 내려보내 억대 연봉과 차량,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는 반면 사회적기업의 주축이어야 할 취약계층 직원들을 최근 1~2년 사이 대량 해고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대기업들의 임팩트 투자가 자칫 '생색내기용'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많지만 초기단계인 만큼 이런 점을 극복하고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KAIST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의 임팩트 투자는 초기단계로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대기업이 앞장서서 같이 동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자본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소셜벤처들에 대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해주고,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등을 마련해주는 것들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대기업들의 투자형식은 민간자본과 공적자금 등의 결합을 통해 투자의 폭을 더 확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대기업의 임팩트 투자가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에서는 임팩트 투자의 도입 단계에서 록펠러 재단,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같은 사회적 공헌을 우선하는 민간 자선단체가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을 우선적으로 떠안아 줌으로써 임팩트 투자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가톨릭대 경영학과 라준영 교수는 "임팩트 투자는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자금이 매칭해서 들어가는 멀티레이어펀드(다층펀드) 형태로 운영된다면 보다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참여자들이 수익률을 정하고, 사회공헌 형식으로 보증된 금액은 후순위로 받는 등 참여 주체에 따라 위험과 수익의 다양한 조합을 만드는 데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다양한 투자형태를 고안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장민권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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