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소비심리 금융위기 후 최악.. 가계 생활형편도 급속 위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5 18:26

수정 2016.11.25 18:26

국내외 불확실성 커져.. 11월 6.1P 급락 95.8
내수침체 장기화 조짐
#.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생활비 달력을 구매했다.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썼는데 매번 초과 지출했다. A씨는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소비가 계속 증가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생활비 달력은 각 날짜에 봉투가 달렸다. 한 달 생활비 100만원을 30일로 일정하게 나눠 각 봉투에 넣었다. 하루 목표 지출금액을 넘지 않게 소비했으며 전날 지출계획보다 돈이 남으면 다음날 좀 더 소비를 했다. A씨는 결국 소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소비심리 금융위기 후 최악.. 가계 생활형편도 급속 위축


소비자심리동향 지수가 외환위기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한 축인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무역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까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앞으로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과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내 정치불안 등으로 경기 주체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는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주체 중에 기업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가계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 외환위기 수준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에 비해 6.1포인트 하락했다.

11월 CC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CC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경기를 판단하는 CSI도 60으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3월 34를 기록한 이후 7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 향후 경제전망치도 64로 전월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우리 경제를 현재, 미래 모두 암울한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최근 밝힌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4.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추석.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10월 들어서도 민간소비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1.5% 줄었다.

■내수 침체 장기화되나

문제는 내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주체들이 바짝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곧 발표할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최초로 2%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국내 정치의 혼란,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우리 내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가 무역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전 세계 교역량 감소는 수출 주도의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기업들이 성장을 하지 못하면 소비주체인 가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은 리스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경제규모와 소득을 갖고 있는 나라의 경우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려 하기 때문에 소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나 경제상황이나 소비를 대놓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비심리가 살아나려면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국내 정치상황이 불안하고 대내외 불확실한 변수로 생산성이 감소하고 있어 실질소득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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