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부터 현지 교민까지 행방불명자 수 매년 증가세
필리핀 경찰은 수사 소극적
한인 대상으로 총기살해 등 강력범죄 끊이지 않아
외교부선 여행 자제 권고
필리핀 경찰은 수사 소극적
한인 대상으로 총기살해 등 강력범죄 끊이지 않아
외교부선 여행 자제 권고
필리핀에서 실종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단순 여행객부터 현지 교민까지 가릴 것 없이 행방불명되는 것이다. 필리핀은 한인 대상 총기살해 등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아 수년 전부터 외교부가 여행 자제를 권고한 국가다. 이에 따라 불법무기 소지, 청부 살인 등 치안 불안 상황에서 실종과 납치 등 강력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50만~100만원이면 청부살인…강력범죄 타깃
27일 외교부의 '필리핀 재외국민 사건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실종돼 '행방불명'으로 신고된 한인은 58명이다. 단순 집계로도 실종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지만 필리핀 입국자를 고려하면 압도적이다. 필리핀은 국내 출국자 수가 4배나 많은 중국(57명, 2015년)보다도 지난해 실종자가 오히려 많았다. 이같이 필리핀에서 우리 외교부에 실종 신고된 경우는 2011년 24명, 2012년 6명, 2013년 24명, 2014년 39명 등 매년 증가일로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9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실제 올 4월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모씨와 황모씨 부부가 필리핀 민다나오항에서 요트를 탄 채 실종돼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필리핀 현지 경찰에 실종 접수를 했지만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행방불명'이 단순 연락 두절과 달리 납치 등 강력 범죄 연루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현지에서 우리 돈 50만~100만원이면 청부 살인이 가능한데다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총기도 수백만정에 이른다.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여행객과 교민들이 언제든 강력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 가이드 활동을 하는 A씨는 "필리핀에서는 돈만 조금 있어 보이면 언제든지 범죄를 당할 수 있다"며 "CCTV도 없고 현지 경찰 역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납치조직, 전문 킬러 등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각국의 범죄자들이 도피처로 필리핀을 선택하면서 이들에 의한 2차 범죄도 빈번히 발생한다. 생활비를 뜯어내기 위해 현지 여행객이나 교민을 상대로 납치, 감금 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안양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한 후 필리핀으로 도주, 현지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강도살인 등을 저지른 최세용(50), 김성곤(44)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인 여행객 여러 명을 납치.감금하고 권총, 흉기 등으로 살해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필리핀으로 도주한 실형미집행자는 58명에 달한다. 중국(9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실종 사건은 수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 당국의 설명이다. 현지 경찰이 범죄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있어야 수사에 나서는데다 가족 등 당사자 신고가 아니면 필리핀 수사 체계상 조사조차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외교부나 경찰이 적극 수사에 개입하거나 현지 코리안데스크 운영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은 마닐라, 세부 등 5개 지역에 코리안데스크를 운영, 6명의 경찰을 파견했지만 현지 필리핀 경찰에 한인 상대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칠 뿐이다. 더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측근으로 분류되는 델라 로사를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면서 코리안데스크 운영 자체가 외교적 마찰로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필리핀 입장에서는 코리안데스크 확대가 본인들의 수사 체계를 불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두테르테 스타일상 이를 문제화 할 수도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코리안데스크 확대 어려워
경찰청 관계자는 "코리안데스크가 필리핀에서 실종 수사를 해달라고 해도 현지에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필리핀 수사체계 상 피해자 유족이나 관련자가 직접 사건을 접수해야 수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종 사건은 과학 수사가 중요한데 필리핀 수사에서 이같은 부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CCTV가 없는 곳이 많고 통신 조회도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현재 필리핀 거의 모든 지역에 여행 금지지역을 포함, 여행 자제 권고를 한 상태다. 외교부는 외교적 마찰, 현지 교민 거주 문제 등을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최고 단계로 여행 경보 수준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을 제외하고 치안 불안을 이유로 전 지역에 여행 자제를 선포한 나라는 필리핀이 유일하다"며 "그만큼 이 나라의 치안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으로, 국민들이 여행을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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