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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결혼 빙하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30 16:59

수정 2016.11.30 16:59

후배 기자들을 만나면 "나라도 요즘이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종종 한다. 살림집도 그렇고, 직장도 그렇고, 애 키우는 것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내가 20대 땐 군대 다녀와서 학교 졸업하고 직장 3년쯤 다니다 결혼하는 게 정석이었다. 집도 비교적 쉽게 구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들으면 꿈같은 얘기다.
그러면 후배들이 묻는다. "만약 당신 딸이 결혼하지 않겠다면 어떡하겠소?" 글쎄다, 안 하겠다면 도리 없지 않을까 싶다.

혼인건수가 푹 줄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9월 혼인건수는 20만6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만4000건, 6.5% 줄었다. 연말까지 28만건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1년 혼인건수가 30만건을 밑도는 건 약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건 약과다. 인구 추이를 보면 진짜 큰일은 이제부터다. 출산율 저하와 혼인율 저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얽혀 있다.

묘안은 없을까. 최상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경제.사회적으로 결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출산율은 마치 거대한 항공모함 같아서 방향을 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결혼 후 출산장려금을 왕창 줄 수 있을 만큼 나라 곳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이런 난국을 이겨냈을까.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했다. 자유계약 형태의 동거를 정식 결혼과 차별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법적으론 독신이지만 소득.재산세 등 세제 혜택이 있고, 의료보험도 파트너의 피부양자로 오를 수 있다. 둘 사이에 생긴 아이들은 워낙 숫자가 많기도 하거니와 애당초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동거 커플이 꽤 있다고 들었다. 이들을 정식 결혼 커플로 인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문제를 후배들에게 물었더니 답은 이렇다. "친구들이 동거한다면 OK다. 그러나 과연 내가 동거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사귀는 여친(남친)이 과거 동거를 했다면 기분은 좋지 않을 것 같다." 다분히 이중적이다.
아직은 부모의 반대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결론은 하나다.
당분간 혼인율은 뚝뚝 떨어질 거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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