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사 ‘합종연횡’ 국내선사는 ‘갈팡질팡’
큰손이 장악하는 해운업계, 덩치 키우는 외국과 반대로 한진해운 자산도 쪼개 팔아
국내 해운업 끝없는 추락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이 독일의 함부르크수드를 인수,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시장의 18.6%까지 점유율이 상승할 전망이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사들은 몸집 키우기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한국 해운사들은 세계 4위권까지 경험했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후 경쟁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큰손이 장악하는 해운업계, 덩치 키우는 외국과 반대로 한진해운 자산도 쪼개 팔아
국내 해운업 끝없는 추락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은 독일의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해 2위 스위스 해운사 MSC와 컨테이너선 점유량을 5% 가까이 벌렸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의 외트커그룹과 함부르크수드 인수협약을 체결했다. 쇠렌 스코 머스크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합의 직후 "함부르크수드가 머스크라인을 보완하면서 화주들에게는 남북항로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해운시장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두 선사의 선복량을 더하면 385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로 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18.6%를 점유하게 된다. 2위는 MSC로 13.6%, 3위는 CMA CGM 10.2%다.
그동안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선대 규모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머스크라인의 이 같은 행보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국내에선 한진해운이 무너진 후 글로벌 선사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해운 5위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무색하게 한진해운 자산이 대한해운으로 가면서 시작부터 삐끗했다"며 "함부르크수드가 딱 한진해운 규모의 선사다. 이런 선사를 죽여 놓고 다시 해운 5위가 되겠다니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진해운이 과거 세계 4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시장의 절대 강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금은 상위 선사들의 점유율이 높아 그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머스크라인의 이번 인수가 현대상선의 2M 가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가 승인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 전문가는 "현대상선과 함부르크는 영업망이 겹치지 않아 사업적인 부분에선 문제없지만, 2M 선복량이 늘어나면 FMC가 자국 화주 보호를 위해 승인을 거절할 수도 있어 현대상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MC의 얼라이언스 승인을 위해 현대상선과 손을 잡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머스크라인은 MSC와 2M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2014년 머스크와 MSC, CMA CGM이 결성한 'P3' 해운동맹 설립을 해운시장 경쟁력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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