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올 30대 그룹, 실적 악화에도 기부금은 증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7 17:38

수정 2016.12.07 17:38

준조세 없애야 기부금 투명성 높아진다..삼성 3873억으로 가장 많아
각종 출연금에 기부금 부담, 삼성 전경련 탈퇴 공식화..준조세 관행 척결에 기대감
올 30대 그룹, 실적 악화에도 기부금은 증가


올해 30대 그룹이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공공기관의 '팔 비틀기식' 출연금 강요 등으로 기부금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기부금 중단을 선언하면서 '준조세'인 출연금 관행 척결에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 실적 부진에도 기부금 늘려

7일 재계와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3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193개 계열사의 기부금 규모는 총 9177억원으로 작년 동기(8133억원)보다 무려 1044억원(12.8%)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3873억원으로 2.7% 늘었으며, SK(1450억원) 96.8%, LG 425억원(100%), 롯데(417억원) 43.6%, KT(365억원) 16.2%, GS(262억원) 19.3%, 한화(212억원) 23.6% 증가했다. 10대 그룹 가운데는 현대자동차(602억원)와 포스코(230억원)만이 각각 -4%, 35.3%씩 기부금이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이와 달리, 30대 그룹의 매출 규모는 683조4181억원으로 전년 동기(708조178억원)보다 3.5%(24조5997억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 감소에도 기부금 규모가 늘면서 30대 그룹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134%로 작년보다 0.019% 올랐다.

■'준조세' 척결해야 기부금 투명성 제고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악화에도 30대 그룹들의 기부금이 늘어난건 각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확대한 측면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팔비틀기식' 각종 출연금도 기부금 부담을 가중시킨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800억원대 규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른바 준조세로 불리는 정부의 출연금 강요 관행을 근절해야 기업의 기부금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한 주요 그룹 총수들도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정부의 출연금 강요 관행을 법으로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출연금 모집을)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출연금 모집 창구로 지목된 전경련 탈퇴와 기부금 중단을 공식화하면서 준조세 관행을 뿌리뽑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이 부회장의 발언은) 출연금 관행 근절에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정경유착 단절의 발전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며 "기업들이 준법경영 등 청문회에서 말한 약속을 실천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아울러, 현행 제도상 출연금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어려운 만큼 차제에 중앙정부, 지자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는 입법 마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이 기회에 국가혁신을 위한 입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