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7시께 인천 공항로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태국에서 도착한 태국인 단체 관광객 10개팀, 200여명이 줄지어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하나 둘씩 무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온 이들이 개인적으로 움직이자 기다리고 있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수명이 이들 옆에 달라붙었다.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난 이들은 공항 인근에 대기하던 콜밴에 올라 유유히 인천공항을 떠났다.
■"공항서 도주해도 신경 안써요"
이날 공항에 나온 가이드 A씨는 “태국인 10명 중 3명 이상이 공항에서부터 달아나지만 어느 기관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단체 관광비용을 지불하고 무리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100% 불법체류자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국인과 함께 빠져나간 한국인은 콜밴 기사라고 말해줬다. 콜밴 기사가 돈을 받고 남성은 보통 공장으로, 여성은 유흥주점으로 인솔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가이드 B씨는 “기사 중에는 아예 불법 체류 브로커 역할까지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 등은 여행사 팻말을 들고 남은 관광객들을 맞느라 분주할 뿐 이들이 무리를 이탈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태국인 투어리더(현지 여행 인솔자)는 관광객들을 한 곳에 집결시키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 사이 또 여러명이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더니 종적을 감췄다.
이날 가이드들은 뒤늦게 인원을 확인, 여행사에 보고했다. 당초 예정된 인원으로 계약한 숙박자 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은 법무부나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이탈자와 관련, 전혀 알리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태국인 이탈자를 신고할 기관도 없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탈 인원이 너무 많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했지만 관계자가 '그들이 불법체류라는 사실을 증명해보라'고 오히려 핀잔을 줘 그때부터는 신경을 끄고 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얼굴 표정만 봐도 누가 달아날지 안다”며 “일하러 온 노동자들은 의류를 대충 입고 오거나 남루한 경우가 많다. 또 짐가방 크기가 여행객 보다 배 이상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투어리더들은 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이탈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 곳곳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졌지만 단속하는 구청 관계자, 법무부 직원, 관광 경찰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인천의 한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경찰은 이들을 적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며 “경찰 말고는 구청이나 법무부 어느곳도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법 가이드 인솔, 도주 눈 감아"
더구나 이날 인천공항에 입국한 태국인 관광객 10개팀 중 정식 태국어 가이드가 맡은 팀은 3개 단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본어 시팅가이드, 불법 가이드가 팀을 인솔했다. 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일본어 시팅가이드는 공항에서 관광객을 인도받아 대기하던 관광버스 앞까지만 동행했다. 이후에는 버스 앞에 있던 불법 가이드가 관광객을 모두 넘겨 받았다. 일본어 관광가이드 자격증이 있는 시팅가이드는 단속반에 대비 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한 일본어 시팅가이드에게 관광 버스에 탑승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난 가이드가 아니다”며 공항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A씨는 “시팅가이드를 동원한 불법 행위가 만연한데 이들이 결국 태국인 이탈자를 눈감아 주는 것”이라며 "공항이 아니어도 여행중에 달아나는 경우도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고 심지어 이를 돕기까지 하는 불법가이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국과 한국은 무사증 협약을 맺어 90일간 무비자 관광이 허용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는 단순 이탈을 불법 체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태국인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면 이들의 주소지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초기 이탈인원에 대한 신원 파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국내 태국인은 9만235명, 이중 5만2435명(58%)이 불법 체류 상태다. 2011년 1만 4095명에 비해 314% 급증한 것이다. 또 지난해 전체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2만5672명 증가했으며 그중 92%인 2만 3618명이 태국인으로 분석됐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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