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하락 압력 높아져
미국 달러 강세가 달러가치에 자국 통화가치를 연동시키는(페그제)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거침없는 달러 상승세 속에 페그제를 지켜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장의 의혹이 가중되고, 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결국 백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등이 지난 2년간의 달러 상승세 속에 달러 페그제를 폐지한데 이어 오랜 기간 탄탄한 달러 연동환율제를 지켜왔던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도 시장 압력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0.25%포인트 금리인상 결정이 확실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간의 일정을 시작하면서 압력은 본격화됐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이때문에 이달을 시작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가치는 이미 13년만에 최고 수준을 뚫은 상태다.
달러가치 상승은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 가치 변동에 연동시키고 있는 달러 페그제 국가들에 재앙이다.
달러 페그제는 달러 가치가 내려갈 때 자국 통화를 내다 팔아 가치 상승 압력을 줄이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뛸 때는 달러로 자국 통화를 사들여 달러 대비 통화가치를 유지하는게 핵심이다. 지금처럼 달러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외환보유액 감소가 뒤따르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압력을 견디지 못해 페그제를 버리면 댓가는 참혹하다.
북아프리카 산유국 나이지리아는 저유가 지속으로 외환보유액이 바닥나자 결국 6월 페그제를 폐지했다. 나이지리아 나이라는 이후 33% 넘게 폭락했고, 물가는 폭등해 10월 인플레이션률이 10년만에 최고 수준인 18.3%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산유국 카자흐스탄도 8월 페그제를 포기한 뒤 물가상승률이 16.4%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들 국가에 비해 훨씬 탄탄하고, 오랜 기간 페그제를 유지해온 홍콩과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만 산유국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우디 등 걸프만 6개 산유국의 경우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속에 외환보유액이 2014년 중반 이후 2000억달러 넘게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외환보유액이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달러 상승세가 가팔라질 경우 버텨내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달러에 연동된 홍콩 달러 역시 신흥시장 자본 이탈 흐름 속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회수한 자금만 242억달러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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