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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풍에 발목잡힌 국민기업] 경영안정성 제고 시급한 KT, 정권 바뀌면 CEO 교체.. 이제 그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8 17:26

수정 2016.12.28 22:23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여전히 무늬만 민간기업
민영화 조건인 전문경영인체제 안착 15년이 지났지만 지켜지지 않아
최근 4~5년 최고실적 내고도 CEO 불확실성 커지며 신뢰 추락
황창규 회장 거취도 변수
내년 조기대선 예고돼 있어 "어차피 바뀐다" 인식 확산
새해 사업계획도 준비못한 상태 ICT융합 꽃피울 시기 놓칠판
"KT에 대한 저점매수를 추천한다.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매출액 추이로 볼 때 장기 이익 전망이 밝은 편이고 정부 결합상품 규제 강화로 초고속인터넷 매출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공화당 집권으로 망중립성 후퇴 등 호재가 많지만,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어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하나금융투자)" 국내 통신산업 국민기업인 KT에 다시 정치외풍의 조짐이 일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통신시장과 주식시장 안팎에서 잇따라 KT CEO 교체를 둘러싼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외풍에 발목잡힌 국민기업] 경영안정성 제고 시급한 KT, 정권 바뀌면 CEO 교체.. 이제 그만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일제히 KT의 경영권에 정부가 더이상 입김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CT기술과 치열한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CEO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구조를 보장해줘야 '국민기업 KT'의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ICT 산업과 융합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KT를 민영화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투명경영을 약속하면서 당시 5만원 이상의 높은 주식 값을 받았던 것을 감안, KT 주주들이 인정할 수 있는 투명 자율경영을 보장해야 한다는게 국내외 KT 주주들의 요구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년 3월말 황창규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CEO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황 회장이 연임 여부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KT는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LG 유플러스 등 경쟁회사들이 일제히 연말 인사를 통해 신임 경영진 구성을 마무리하고 AI, 자율주행차 등 새 먹거리찾기를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지만 KT는 아직 연말 인사도 결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올해 최근 4~5년간 최고실적을 기대하는 KT의 주가는 여전히 상승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적으로 평가 못받는 전문경영인…외국인 주주들 갸우뚱

KT는 지난 2002년 정부지분 100% 매각으로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외형만 민간기업일 뿐 여전히 경영권은 정권의 몫이다.

전국민이 이용하는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기업 KT. 외국인 주주 49%와 국민주, 국내 주주들로 구성된 민간기업 KT. 경영권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실상의 정권지배 기업 KT. 이것이 KT의 현주소다.

통신산업의 성장절벽에도 불구하고 KT는 올해 8353억원의 당기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황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1816억원의 무려 4.5배에 달한다. 그러나 KT 회장 연임을 둘러싼 의구심에 실적평가는 큰 영향이 없다는게 KT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KT의 주주인 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전문경영 체제를 갖고 있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그동안의 관례를 통해 CEO 교체여부에 경영실적이 평가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며 "KT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 임원들에게 이 문제를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강제로 교체되면서 주주정책이나 사업전략에 지속성이 없어 예측하기 힘든 회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고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KT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경영실적 보다는 정치외풍으로 CEO가 교체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KT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에 대한 믿음도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구조 안착, 정부가 보장해야

지난 2002년 KT 민영화 당시 정부가 제시한 민영화 목표는 △시장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경영투명성 제고였다. 당시 G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전문경영인의 탁월한 경영실적을 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T 사례만 보면 KT는 민영화 15년이 지났지만 전문경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EO의 강제 교체 이후 새로 선임된 CEO들은 일제히 검찰에 의해 훼손된 전임 CEO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색깔을 KT에 입히는데 주력해 왔다. 이석채 전 회장은 선임되자마자 전임 남중수 사장이 그려놓은 '원더경영'이라는 색깔을 지우고 '올레 KT'라는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데만 1년 이상을 보냈다.

현 황창규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의 '올레 KT'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겠다고 취임일성을 내놨지만, 취임 3년차인 현재 KT의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기가KT'로 바뀌어 있다.

옛 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스스로 KT를 민영화하면서 국내외 주주들에게 약속한 전문경영인 체제 안착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경영실적으로 평가받고, 임원 영입과 해임을 경영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KT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결국 정부가 KT 주식매각을 위해 외국인들에게 약속한 것을 어기는 셈"이라고 현실을 환기시켰다.

■검찰에 의해 쫓겨난 두명의 CEO…조기대선이 KT의 경영변수?

KT는 2008년 이후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는 CEO 2명이 연속적으로 강제교체 당하는 사례를 겪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CEO가 된 남중수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CEO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사업청탁, 금품 수수등의 혐의로 검찰수사에 의해 불명예퇴진을 당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CEO로 선임된 이석채 전 회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퇴임을 거절하다 검찰 수사에 의해 자리를 비우게 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전직 CEO들이 교체될 때마다 개인의 비리문제 보다는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KT의 CEO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자리처럼 인식이 생겨버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황창규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 논란 역시 내년 상반기 치러질 조기대선과 맞물려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3월말까지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조기대선으로 대통령이 바뀌면 어차피 CEO가 바뀔 텐데 일단 3월에는 연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미 KT의 CEO는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다는 인식이 굳어진 셈이다.


KT 고위 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두번이나 검찰에 의해 CEO 강제교체를 경험한 KT로서는 현재 복잡한 정치지형에서 CEO 불확실성을 해소할 능력을 잃었다"며 "조기에 치러질 대선이 KT 경영의 변수라고 모든 국민이 인식하는 지금의 현실은 국내 통신산업 맏형인 KT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한국 ICT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원인"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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