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정치외풍에 발목잡힌 국민기업] KT사외이사들 '정부 입김' 벗어나 제역할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8 17:26

수정 2016.12.28 17:26

관련종목▶

불안정한 경영구조 벗어나려면..
경영감시 본분 잊은 사외이사진.. 외풍 실행하는 역할에만 충실
정부·주주들 장기적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신중히 논의해야
[정치외풍에 발목잡힌 국민기업] KT사외이사들 '정부 입김' 벗어나 제역할해야

'주인 없는 기업' KT의 경영은 사실상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들의 몫이다. CEO 선임에서부터 경영감시까지 전반을 사외이사들이 관리한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KT의 투명, 자율경영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정치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KT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나는 KT의 경영구조는 완벽한 투명구조를 갖추고 있다. 외부 전문인사로 구성된 KT의 사외이사진이 유리알처럼 KT 경영을 감시하고, CEO 임기가 만료되면 새 CEO 추천을 위한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운용한다.

그러나 내막은 사외이사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KT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취임 당시 KT의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새로 집권한 정권이 전임 남중수 사장의 연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순간 모든 사외이사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도그럴 것이 이들은 불과 두달 전 남중수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남 전 사장의 의지를 꺾지 못한 채 연임을 결정했다. 이후 그들은 남 전 사장이 검찰에 의해 강제 퇴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또 신임 CEO를 추천하는 일까지 맡았다.

이후 KT 사외이사진이 경영감시와 전문경영인 선임이라는 제 역할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CEO의 의중을 파악하고 KT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외풍을 실현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KT의 사외이사는 현직 이사들을 중심으로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임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CEO가 이를 결정하는 구조라는게 KT 안팎의 분석이다.

결국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구조를 갖춘 KT 경영구조가 CEO와 사외이사를 통해 언제든지 정부의 입김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차례 정치외풍과 검찰수사 등을 거치면서 외형적으로 KT의 경영구조는 투명하고 공정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운용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라며 "경영구조 자체를 보완하는 것 보다는 정부와 CEO가 모두 KT를 소유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장기적으로 KT의 주인찾아주기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영국정부가 BT를 민영화했다가 경영투명성, 정부의 ICT 산업 발전 전략에 의해 황금주를 도입해 BT의 주인이 됐던 사례가 있다"며 "KT의 지배구조 역시 정부와 주주들이 신중해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희 박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