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군복의 명예와 품격 국방부가 지켜라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30 19:55

수정 2016.12.30 19:55

화려한 군복일수록 후진적 군사문화... 간부는 '약장', 병사는 '오바로크'
군복의 품격 지켜 엄정한 군기와 명예를 지키는 것은 軍의 몫 


흔히들 군복을 '군인의 명예' 또는 '군인의 수의(壽衣)'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군의 명예의 상징인 군복의 품위유지와 관련된 법령과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조여옥 대위는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약장을 패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부대관리훈령'과 '상훈법'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처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부 예비역과 군사 동호회원들은 "미국이나 선진국의 군대처럼 군복에 대한 품격과 존중을 원한다면 군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軍, 허위약장 뿌리 뽑겠다더니...
30일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규정을 위반한 약장부착 및 전투복 착용에 대한 징계 규정'에 대해 "부대관리훈령에는 약장 등의 부착 대상자가 아닌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장관(장군)급 지휘관의 계도(교육)과 경고하게 되어있다"면서 "재차 위반시에는 상훈법 39조에 의해 처벌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간부들이 세부적 규정을 몰라 사실상 군에서 가능한 징계조치로 군기교육 정도"라면서 "약장을 비롯해 군복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 미군의 경우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2015년 3월 '약장의 신규 제정'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통해 "군인과 군복에 대한 명예와 존경심을 고취하기 위해 약장부착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면서 "자격조건 없는 자가 올바르지 못한 약장을 착용한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때문에 일부 예비역들과 군사 동호인들은 "조 대위의 가짜 약장패용은 조 대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군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간부는 '약장', 병사는 '오바로크'
부사관 이상 간부는 약장을 부착할 수 있는 정복과 근무복을 착용하지만,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정복과 근무복 착용을 하지 않는 병사의 경우 전투복이 유일한 군복이다.

최근 병사들 사이에는 일병 '오바로크'로 불리는 과도학 부착물과 자수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예비군 훈련부대의 한 간부는 "갓 제대한 예비군들이 현재 폐지된 풀컬로 부대마크가 부착된 군복과 번쩍이는 금속제 예비군 마크가 부착된 전투모를 착용하고 온다"면서 "군복제 규정이 어긋나고 훈련에 적합하지 못하지만 이를 저지할 규정 예비군법 시행령에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법령인 예비군법 시행령 제18조의2(예비군복의 종류)에도 명확한 규제내용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과도한 오바로크가 '제대 기념'이란 명분하에 '후임병들의 금전거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용산 역 부근에서 만난 전역장병들은 "전역 기념선물로 화려한 부착물이나 자수가 놓인 전투모나 전투복을 후임들로부터 받지 않으면, 군생활 제대로 못한 것으로 주변에서 놀림을 받는다"고 말했다.

용산역 주변에서 판매되는 오바로크로 장식된 전역모는 적게는 4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을 호가한다.

화려한 '오바로크'로 장식된 어느 병사의 전역복. 전투복에 부착된 예비군 지휘관 견장은 병사출신의 예비군이 부착할 수 없는 예비군지휘관용 견장이다.
화려한 '오바로크'로 장식된 어느 병사의 전역복. 전투복에 부착된 예비군 지휘관 견장은 병사출신의 예비군이 부착할 수 없는 예비군지휘관용 견장이다.

구타와 가혹행위로 악명높은 러시아군의 제대군인. 군의 규정을 위반하는 화려함은 후진적 군사문화다.
구타와 가혹행위로 악명높은 러시아군의 제대군인. 군의 규정을 위반하는 화려함은 후진적 군사문화다.

군복은 엄정한 '군기'... '후진적 문화' 근절 절실
대한민국의 군인의 일부이지만 간부는 무자격 약장을, 병은 과도한 오바로크로 군복의 품위를 떨어트리고 있다.

심지어 군의 위상과 품위를 지켜야할 군 관련 전우회가 이러한 병폐를 키우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군사관련 동호회원들은 군복이 명예로 존중받는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후진국의 기준을 ‘역사와 절제 없는 화려함’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일부 보수단체들이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단속 대상이 되는 현용 국군 전투복과 미군 전투복을 착용하고 다닌다"면서 "6.25전쟁 참전 용사회 등 건전한 활동을 펼치는 진짜 용사들은 '국가유공자' 모자와 단체 조끼 정도로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왜 화려한 군복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군복은 국가의 이미지고 국군의 엄정한 군기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화려한 유사군복은 후진적 문화"라며 "일본의 보수우익과 구타 가혹행위가 난무하는 러시아군대처럼 후진적 문화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또렷히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군은 군복에 대한 건전한 제안사항에 앞으로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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