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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시대, 법 만들 생각 보다 산업부터 키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3 14:56

수정 2017.01.03 14:56

[fn자율주행차포럼 좌담회]"한국판 테슬라 육성 프로젝트 가동"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6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제4차산업혁명포럼’과 함께 ‘fn자율주행차 포럼’을 발족했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 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매월 한차례씩 열린 ‘fn자율주행차포럼’에는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만든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국회입법조사처 심우민·박준환 입법조사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현승 선임연구원, 카카오 정주환 부사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 정의경 과장,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교통안전팀 김승현 팀장 등 1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관에서 7차 fn자율주행차포럼을 통해 국내외 자율주행차 산업의 발전상과 올해 시장전망 및 정책과제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서승우 교수, 송희경 의원, 이상직 변호사, 박준환 입법조사관, 임정욱 센터장, 정의경 과장이 참석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관에서 7차 fn자율주행차포럼을 가졌다.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박준환 입법조사관,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국토교통부 정의경 과장(첨단자동차기술과), 서울대 서승우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왼쪽 첫번째부터)이 국내외 자율주행차 산업의 발전상과 정책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관에서 7차 fn자율주행차포럼을 가졌다.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박준환 입법조사관,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국토교통부 정의경 과장(첨단자동차기술과), 서울대 서승우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왼쪽 첫번째부터)이 국내외 자율주행차 산업의 발전상과 정책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올해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및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자율주행차 운행·판매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우버, 테슬라, 바이두,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관련 업체들이 ‘레벨4(완전자율주행)’ 수준의 차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BMW-인텔-모빌아이’와 같은 자율주행 연합체가 업종과 국경을 초월해 탄생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일본에 이어 자동차 수출국 ‘빅3’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가 미미하고, ICT 및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도 드문 상황이다. 그나마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구간을 전국 도로로 확대해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 11대가 달리고 있지만, 도심형 자율주행 등 실증사업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규제 대못' 금물…산업 발전에 맞춰 제도도 유연하게 변화해야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 및 관련 단체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을 법·윤리적 테두리에 가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 산업이나 기술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법과 제도부터 만들어 ‘규제 대못’을 박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희경 의원은 “산업이 활성화되기 전에 제도가 앞서가면,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는 우선 산업을 키우기 위한 ‘판’을 깔아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직 변호사도 “신산업을 키울 때 보수적인 법적 이슈를 먼저 끌고 들어가면, 용의 꼬리가 머리에 달리는 것 처럼 기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법안 제·개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정책 지침(가이드라인) 처럼 유동적 제도를 마련하고, 실제 생활에서 자율주행차가 적용되는 단계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제도를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준환 입법조사관은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자동차산업과 교통체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법제화 과정 이전부터 폭 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해 9월 자율주행 정책의 입법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기까지는 매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자율주행차 심포지엄(Automated Vehicles Symposium, AVS)을 비롯해 관련 업계의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실증단지 운영 등이 뒷받침 됐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 속도와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을 통해 산업과 제도가 함께 발전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심형 실증사업 데이터 시급..."정부 R&D과제, 낡은 것 많아"
서승우 교수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들은 대부분 2년 이상의 기획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실제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낡은 기술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바로바로 쓰일 수 있도록 정부 R&D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부터 변화 가능성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해법도 제시됐다.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통해 검증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 도심형 실증단지를 하루 빨리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실증단지를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안전과 보험, 자동차 생산등 산업을 규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실증단지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를 우선 만든 뒤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다양한 상황에 맞춰 제도를 손질하는 방법도 정부와 국회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출·퇴근 시간대를 포함해 시간대별로 어느 구간에서 자율주행을 했을 때,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지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법과 제도, 인프라를 점차 개선하고 새 제도가 필요하면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정의경 과장은 “2019년까지 경기 화성에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시티)를 완성해 특정 교통상황을 반복적으로 실험할 예정”이라며 “개발업체 간 자율주행 데이터 공유센터를 구축하는 등 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데이터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해야"
자율주행차 산업의 기반은 데이터다. 실제 미국 정부의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 첫 번째 항목도 ‘운행 데이터 기록과 공유’다. 자율주행차에서 생산·활용되는 데이터는 주행 상태나 교통사고 상황, 시스템 오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정보인 만큼, 충실히 기록하고 공유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자율주행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는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라며 “자율주행 데이터는 교통안전과 직결되므로 공공재로 공유돼야 한다”고 관련 법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율주행 중 어떤 데이터가 수집·저장되는지에 대해 운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도 필수적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자율주행차는 SW 집합체"…오토테크 스타트업 육성
구글과 테슬라, 우버와 같이 혁신적인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의 다양한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정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로는 빛의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정욱 센터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우버를 시작으로 오토테크 분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특정 대기업의 하청업체처럼 일하는 부품업체들이 주를 이뤄 자율주행차 산업이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서비스의 다양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서비스의 한 축인 차량공유와 관련 ‘콜버스’와 ‘풀러스’ 등의 스타트업이 등장했지만, 각종 규제 이슈에 시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송 의원도 “과연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에게만 자율주행 사업을 맡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 덩어리인 만큼 ICT 기반의 스타트업이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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