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불륜女 직장서 '꽃뱀' 모욕한 부인..法 “부인도 배상책임”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내연녀의 직장에 찾아가 '꽃뱀' 이라고 말하는 등 모욕적 언행을 한 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단독 이경희 판사는 여성 A씨가 남편의 불륜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월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직장에 찾아와 소란을 피워 모욕을 줬다”며 A씨를 상대로 낸 맞소송에서는 “A씨가 B씨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7년 결혼한 A씨는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를 뒀다. 그런데 A씨의 남편과 B씨는 2015년 초부터 함께 국내외 여행을 가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두 사람은 1년간 7000여건의 문자를 주고 받았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내 A씨는 "불륜녀 때문에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혼인 관계가 침해됐다"며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근무 중인 유치원에 A씨가 찾아와 동료 앞에서 욕설을 하고 '꽃뱀'이라고 말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이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살던 집도 급하게 팔아야 했다"며 A씨를 상대로 8000만원의 손배해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액수에는 다소 차이를 뒀다.

재판부는 "A씨와 남편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까지는 이르지 않은 점, B씨와 남편 사이의 관계 지속기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700만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A씨의 행동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는 부분은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씨가 동료 앞에서 B씨의 사회적 평판을 저해할 말을 해 모욕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A씨가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