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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산분리 안 풀면 인터넷銀 하나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3 17:33

수정 2017.02.03 19:29

K뱅크, 다음달 반쪽 출범 야당 반대로 제역할 못해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결국 '반쪽' 상태로 다음달 출범하게 될 모양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하는 은산(銀産)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물 건너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 등은 2일 관련토론회를 열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은행 지분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으나 거대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어려워졌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을 결합한 인터넷은행은 핀테크산업의 총아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세계 수준의 한국 ICT기업이 금융에 진출하면 침체된 금융산업에 경쟁을 촉발하는 '메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ICT기업이 은행의 혁신을 이끌려면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쥐꼬리만 한 지분을 갖고선 경영을 주도할 수가 없다. 하지만 KT는 K뱅크 지분의 8%, 카카오는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10%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인터넷은행은 대주주인 기존 금융주력자들이 주도하게 된다. 지분규제가 계속되면 앞으로 증자와 사업 확장을 하기도 어렵다. 결국 인터넷은행은 혁신이 사라진 '도로 일반은행'으로 전락하고,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의 탄생은 늦어도 많이 늦었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일본은 2000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은행을 육성해왔고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거대기업이 최근 무섭게 영역을 확장 중이다.
우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다가 15년 이상을 허송세월했고 경쟁에서 낙오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예나 지금이나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 운운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권이 낡은 패러다임을 고집하는 한 핀테크 혁명은 요원하며 우리 금융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없다. IC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허망하게 기회를 날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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