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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업계 '5G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2 19:41

수정 2017.02.12 22:05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잡으려면 투자는 해야겠는데
기술진화 속도 빠르고 투자비 회수기간 턱없이 부족
통신사 투자 부담 급증, 녹록지 않은 투자환경, 통신정책 수정 불가피
글로벌 통신업계 '5G 딜레마'

글로벌 통신업계 '5G 딜레마'

글로벌 통신업계 '5G 딜레마'

전세계 통신업계가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딜레마'에 빠졌다. 4차 산업혁명이 세계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 통신업체들이 5G 조기 상용화를 통해 제조, 유통, 의료 등 주요 산업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통신회사들도 5G 경쟁력을 높여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당위론이 확산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통신회사들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매출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있는데다, 2세대(2G) 부터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까지 매 세대마다 이동통신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져 투자비를 회수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5G 투자여력이 줄어든데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조기 상용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게 전세계 통신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이와 관련, 통신산업 전문가들은 일제히 전세계 정부가 규제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통신산업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국가의 통신정책은 통신망을 깔아놓고 수십년간 통신요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통신시장 진입 '혜택'을 주면서, 국가 정보고속도로 구축과 업그레이드에 대한 의무를 함께 부여하는 규제 중심이었다. 그러나 통신산업이 성장절벽에 부딪친 최근에는 통신사업으로 통신회사들의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어, 혜택은 사라지고 의무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각국 정부가 국가 정보고속도로 업그레이드 의무에 맞춘 통신산업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G 기반의 자율주행 등 ICT 융합산업 패권 다툼 본격화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가 '2018년 5G 시범 서비스,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5G 국제표준을 마련 중인 가운데 각 국가별 통신사업자들의 기술 및 시장 선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5G 속도경쟁을 넘어 초고속.초저지연 5G 통신망에서 펼쳐질 자율주행(커넥티드 카), 가상현실(VR)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팩토리 등 관련 산업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동통신 등 ICT 인프라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 초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에 가보니, 우리가 5G 기반 차량통신 기술(V2X, Vehicle-to-Everything)을 조기에 확보하면, 후발주자격인 자율주행 부문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V2X란, 운전 중 다른 차량 및 도로 인프라 등과 끊임없이 대용량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통신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는 통신사들의 먹거리가 기존의 B2C(기업과 개인 거래)에서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5G 설비투자 규모 LTE 대비 2배…"투자 여건 마련해줘야"

즉 5G 인프라 확대를 통한 결실은 자동차 및 미디어 산업은 물론 공공 분야까지 확산될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오로지 통신사업자들의 몫이다. 국내외 통신사업자들이 '5G 투자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실제 4G LTE(롱텀에볼루션) 상용화가 이뤄진 2011년 말부터 2012년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투자비용은 총 15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국내 통신 3사가 5G에 투자하는 총 설비투자(CAPEX) 규모는 LTE 대비 1.5~2배가량 높아질 것"이라며 "5G 도입 초기엔 LTE와 함께 망을 운용하면서 약 5년 이상에 걸친 장기 투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성장절벽에 투자비 회수 기간 점차 짧아져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자회사 연결기준으로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연 매출은 각각 22조7437억 원, 17조918억 원, 11조45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의 실적을 사업별로 구분해 보면 주력사업인 무선매출의 성장은 3년째 제자리다. 이동통신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매출은 전년보다 1.6% 가량 줄었으며,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0.6%,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미 전 국민이 이동통신가입자란 점에서 성장의 돌파구가 없는데다, '선택약정할인(매월 20% 요금할인)' 가입자가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 주된 요인이다.

게다가 이동통신의 각 세대별 통신서비스 운용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인 1세대 이동전화망이 12년간 주력 통신망 자리를 지킨 반면, 초기 디지털 이동전화인 2G 서비스는 6년 동안에만 메인 자리를 지켰다. 3G 서비스는 상용서비스 시작 5년만에 4G에 주력 자리를 내줬고 4G 역시 오는 2018년 5G에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막대한 추기 투자비를 쏟아부어 10년 이상 서비스를 유지하며 통신요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통신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아질 수록 투자여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통신산업 정책 새판 짜야

그럼에도 조기 대선 체제와 맞물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기 때문이다.

또 ICT 업계 소관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중 대다수가 ICT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정도로, 국내 통신 산업은 규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모여있는 GSMA도 각 나라 통신산업 정책이 새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 정보고속도로 구축과 운용에 걸맞는 통신산업 영역 확장과 규제완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산업 정책을 새로 짜 투자여력을 제공해 줘야 모든 산업이 ICT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근본 정책이라는게 GSMA의 설명이다.


한 ICT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통신회사들의 매출 하락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통신회사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결국 국가 정보고속도로의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막는 핵심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ICT 융합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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