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fn논단] 중소기업 졸업보상제 도입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3 17:04

수정 2017.02.13 17:04

[fn논단] 중소기업 졸업보상제 도입을

졸업시즌이다. 졸업은 보다 높은 단계로의 진전을 의미하므로 졸업은 곧 성취이다. '졸업'은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졸업'의 성격을 가진 각종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피지원대상자가 특정 조건 이상의 규모나 성과를 성취하면 그 제도의 보호 울타리를 벗어나 '졸업'하게 되는 형식을 취하는 제도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피지원대상자들을 보호.육성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제도의 단점은 정부 보호에 안주하게끔 하는 역(逆)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힘들 만큼 매우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중소기업의 지위를 잃는 순간 그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며 오히려 기업이 성장할수록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중소기업으로 계속 남기 위해 기업분할, 인력감축 등의 역선택을 추구하는 소위 '피터팬증후군'의 확산이 초래되기도 한다.

한편 지난 수십년간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드물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정부 지원에 기대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양산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하고 성장세가 미약하니 중소기업 지원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이 이루어지고 이는 성장에 대한 역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즉,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기업은 드문데 '졸업'하지 않고자 하는 인센티브는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오랜 기간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없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면 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중소기업 졸업 보상제'는 어떠한가. 잘나가는 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것이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에 안주하고자 하는 역인센티브를 약화시키고 기업성장을 통해 보다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것이 인센티브 부여의 올바른 방향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이를 '유인합치적(incentive comparable)'이라고 한다. 구체적 보상방법은 따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며 한시적인 세제혜택 및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등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성장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와 고용을 감안하면 보상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또한 해당 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 없으니 재정도 아낄 수 있다.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한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중소기업 지원의 목적을 중소기업 수를 줄이고 중견기업, 대기업을 보다 많이 만들어내는 것에 두고 이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구축하자. '중소기업 졸업 보상제'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많은 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졸업에 대한 보상을 받는 모습이 실현된다면 현재의 저성장과 고용위기 극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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