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류세 인하 8년 묵은 논쟁.. 정부·시장 여전한 시각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3 18:05

수정 2017.02.13 22:09

"주유소 마진 깎는 것은 한계" vs "유류소비 억제가 우선"
"유가 오를때마다 인하 압박" 주유소 등 속으로 부글부글
유류세 정액제 8년째 고수.. 휘발유 L당 800원 부담
"사회 이익 맞추는 교정세" 정부는 세제손질 반대 여전
"복잡한 세금 후진국형 구조" 전문가들 부가세 일원화 주장
유류세 인하 8년 묵은 논쟁.. 정부·시장 여전한 시각차

지난해 초과세수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면서 8년 가까이 꿈쩍도 하지 않는 유류세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정액제 방식의 유류세 구조는 유가 흐름을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섣부른 유류세 인하가 무분별한 유류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라 민간 영역과 여전히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유류세 8년째 요지부동

13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름값이 두달여 사이에 L당 100원 정도 오르면서 정부가 주유소 점검 강화와 알뜰주유소 가격인하 카드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름값 인상시기마다 책임을 시장에만 떠넘긴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는 직간접적인 가격인하 압력 카드를 꺼냈다"며 "기름값의 60%에 달하는 유류세를 제외하고 정유사 공급가나 주유소 마진을 낮춰봐야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이 공개한 지난주 국내 보통 휘발유 평균 소비자가격은 L당 1517.2원으로 이 가운데 세금이 884.3원이다. 유류세 비중이 58.3%에 달한다. 보통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L당 529원)가 34.9%로 가장 많다. 여기에 교통세의 26%인 주행세(L당 137.54원)와 15%인 교육세(L당 79.35원)까지 합쳐 L당 745.89원의 고정 세금이 붙는다. 소비자가의 10%인 부가가치세 138.41원까지 포함해 884.3원의 유류세가 구성된다. 유류세는 정액제라 유가가 아무리 오르거나 떨어지더라도 휘발유 L당 800원 이상의 세금을 소비자들이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유류세를 제외한 정유사 공급가는 L당 509.5원으로 소비자가의 33.6%에 불과하다.

정유사 공급가에는 3%의 수입관세와 L당 16원의 수입 부과금도 들어 있다. 주유소 마진과 유통비용은 L당 123.4원으로 전체의 8.1%에 그친다.

이 밖에 경유는 교통세 375원에 교육세, 주행세 등을 포함해 528.75원의 고정 세금과 부가세 10%가 부과된다. 고급휘발유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과세 외에도 L당 36원의 판매부과금이 별도 부과된다. 자동차용 부탄(LPG)과 등유에는 L당 160.6원과 63원의 개별소비세가 각각 부과되며 개별소비세를 기준으로 15%의 교육세가 별도로 붙는다. 자동차용 부탄은 L당 36.37원의 판매부과금도 포함돼 있다.

유류세 인하 이슈는 기름값 변동 시 '단골 메뉴'다. 하지만 정부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이후 7년 9개월째 유류세 손질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 '부가세로 단일화'

에너지업계와 전문가들은 기름값 변동 시마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유류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기름값에서 주유소가 가져가는 수익은 굉장히 줄어들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라며 "주유소의 마진을 깎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가 기름값 인하 혜택을 체감하려면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유류세가 17번이나 개편됐던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고수 방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들도 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고유가 시절인 2008년 10월에는 교통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정부가 유류세를 유가 흐름에 맞게 손질하는 유연한 정책을 폈던 적이 있다"며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액제인 유류세 구조에 과감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 확보 논쟁을 떠나 불필요한 유류소비 억제 차원에서라도 유류세 정액제는 유지돼야 한다며 세제개편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유류세는 사회 전체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진 교정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세수 변화와는 관련성이 없다"며 "세수에 따라 세금을 올리고 내리는 건 교정세 목적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창의 관동대 교수는 "유류세는 세금 종류가 하나의 품목당 복잡하게 많이 붙어있는 불합리한 구조라 단일 구조로 가는것이 필요하다"며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특별소비세 개념으로 출발했음에도 정부가 불특정 다수에게 거두는 간접세의 세원을 포기하지 않는 후진국형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유류세를 단순화하고 궁극적으로 휘발유, 경유, LPG 등 제품별로 세율을 달리하는 부가세로 일원화하는 선진국형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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