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과 정부, 부산 지자체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시청과 부산시의회, 부산동구청에 "국제 예양과 도로법 시행령 등 국내법에 어긋나는 사항이므로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내려 보냈다. 부산 지자체 관계자는 이날 "일주일 전 외교부로부터 소녀상을 옮기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우리 기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30일 시민단체 주도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관할 구청이 도로법 시행령 등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철거에 나섰지만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다시 설치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가 후폭풍을 뻔히 예상하면도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은 외교 공관 앞 소녀상 설치에 줄곧 정부가 보여온 반대 의지를 밀고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부산 소녀상이 우리 국내법을 위반해 설치돼 상대국에 '할 말이 없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지난 12월 30일, 외교부는 "외교공관 보호에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또 지난 1월 국회에 출석해서도 윤 장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로서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일본 측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갈등이 불거진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줄곧 말해온 "가능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윤 장관은 특히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나 소녀상 문제에 대해 "국제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 복귀 조건으로 줄곧 '노력'이 아닌 '실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다시 한 번 소녀상 이전을 시도할 경우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간 단체의 일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면서 공문을 통해 옮기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면서 "정부가 또다시 뒤로 숨겠다는 비겁한 처사"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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