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임금이 늘었다기보다 자영업자 폐업이 만든 ‘착시’
전체 국민소득에서 근로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체감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 임금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영세자영업자 폐업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64.0%로 전년(63.2%)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이래 63년 만에 최고치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피용자보수(근로소득)와 영업잉여(자본소득)를 더한 값에 피용자보수를 나눈 지표다. 지난 2010년 59.1%를 기록한 이래 6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계만 본다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분배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인식되는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피용자보수(근로소득)는 전년 대비 5.4% 올랐다. 통상 피용자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취업자 수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급격히 낮아지지 않고 일정한 증가세를 나타낸다. 반면 노동소득분배율 산출 시 분모 항목인 영업잉여 증가세는 최근 몇 년간 주춤한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영업잉여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앞서 2012년에는 -0.8%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자영업자는 자신이 직접 일하는 노동소득과 투자한 자본의 소득이 함께 섞여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소득을 기업이 벌어들이는 자본소득인 '영업잉여'로 모두 계상, 공식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을 내놓는다.
이에 자영업자 비율이 높을수록 노동자와 자본 간 분배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편의점, 치킨집 등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유달리 높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자본보다는 자신의 노동을 대부분 활용해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소득에 더 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6만명으로 조사됐다.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2006년 600만명을 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한 수치다. 일자리를 잃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창업시장에 내몰린 영세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창업기업(2013년 기준) 가운데 1년 후 살아남은 생존기업 비율은 62.4%였지만 3년 생존율은 38.8%로 뚝 떨어졌다. 이 중 영세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숙박.음식점과 도소매업이 각각 30.3%, 35%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실제 자영업자의 평균소득 증가율(2015년 기준)은 1.2%로 조사됐다. 이는 상용근로자 5.8%, 일용근로자 2.1%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134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대출 규모만 3분의 1에 달하는 480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학계에서도 자영업자 소득을 임금소득과 같다거나 자영업자 소득 중 3분의 2는 노동소득, 3분의 1은 자본소득으로 계상해 노동소득분배율을 조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위축으로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 종사자 수가 줄어들었다"며 "영업잉여 증가율이 피용자보수 증가율을 하회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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