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순실 예산은 수천억 편성하면서.." 국립국악원 비정규직, 최저임금 미달에 '설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5:50

수정 2017.04.13 15:50

국립국악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미화·보안 근로자들이 올 들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미화·보안 근로자들이 올 들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국악원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이곳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미화·보안 근로자들은 올 들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법을 앞장서서 지켜야 할 공공기관에서 최저임금법 위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변형근로도
13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그러나 국립국악원에서 용역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미화근로자는 시간당 6250원, 보안근로자는 6170원으로 모두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이같은 사태는 예산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립국악원은 미화·보안·시설 등 인력 관리를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따로 책정하지 않고 용역비를 지출하는 형태로 이들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해당 예산을 동결한 반면 최저임금은 오르면서 올해 예산으로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국립국악원분회장은 “최순실 관련 예산 6500억원을 편성하면서 왜 우리 같은 비정규직 임금과 관련된 예산은 동결했는지 모르겠다”며 “국립국악원도 단순 용역비가 아닌 근로자들 임금 용도라고 명시하는 예산을 따로 편성해야 하고 실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활임금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국립국악원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임금 문제로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2014년 저녁·휴일 수당을 지급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체불이 발생해 당시 용역업체가 노사 합의로 1년치 미지급 수당만 54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부터 국립국악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에게는 변형 근로가 도입됐다. 수당 지급을 없애기 위해 일부 근로자는 오후에 출근시키는 형태로 업무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근무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 1명이 맡아야 하는 업무 부담은 많아졌고 특히 2인 1조로 돌아가던 시설근로자는 혼자 시설보수작업을 하는 상황에 놓여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고용부 “최저임금법 위반”.. 국악원 “해결할 것”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국립국악원 사례는 최저임금법 위반 사안인만큼 현재 노사 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은 강행법규여서 노사 협상과 상관없이 위반한 것"이라며 "용역업체에서 원청인 국립국악원 도움을 받아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노조 측은 그 이상의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립국악원이 다른 사업 예산으로 4월까지 최저임금 미달분을 지급키로 했고 임금 인상폭은 국립국악원과 용역업체, 노조가 추가협상을 벌일 예정"이라며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형근로에 대해 “국립국악원 입장에서는 관련 예산이 동결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공공기관이라면 관련 예산을 확보, 근로조건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악원 측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비정규직 임금 문제는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비정규직의 변형근로, 관리·감독에 대해서는 국악원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최저임금 미달분은 다른 예산을 통해서라도 해결할 예정”이라며 “국악원은 용역업체에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인력 운용 방침이나 관리·감독 등은 용역회사에서 맡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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