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더 괴로운 천식
황사.미세먼지에 꽃가루까지, 다른달보다 4월이 환자 늘어
염증으로 기도 좁아져 숨 차.. 약물요법.면역치료 통해 평생 관리
황사.미세먼지에 꽃가루까지, 다른달보다 4월이 환자 늘어
염증으로 기도 좁아져 숨 차.. 약물요법.면역치료 통해 평생 관리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환자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천식 환자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천식은 소아에서 청소년, 중.장년층 및 노년층까지 전 연령층에 발생하며 성인 20~3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알레르기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천식 환자는 187만명이었다. 환자는 미세먼지가 많은 봄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1월 32만5586명, 2월 35만6639명, 3월 34만4543명이었다가 4월 37만38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5월 32만6525명, 6월 24만9277명, 7월 23만6315명, 8월 22만7178명, 9월 28만9169명, 10월 31만6140명, 11월 34만8699명, 12월 34만7190명이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13일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에 꽃가루가 많고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일교차도 커 환자가 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식, 기도에 만성염증 발생
천식은 폐 속으로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인 기도(氣道)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예민해진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대기 중에 있는 자극물질에 의해서 쉽게 과민반응이 일어나 기관지 점막이 부어오르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기도가 좁아져 숨이 차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염증은 기관지 근육의 수축을 유발하고 가래를 많이 만들어서 기관지를 더 좁게 한다"며 "기관지 염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기관지에 흉터가 발생해서 관이 서서히 좁아진 상태로 딱딱해지고 노화가 진행되어 폐 기능도 다른 분들보다 빨리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천명(쌕쌕거리는 소리)이다. 이 증상은 반복적,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밤사이와 이른 새벽에 심해진다. 기관지 수축이 미약하면 호흡곤란보다는 마른기침,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쾌한 흉부 압박감 정도만 호소하지만 기도경련이 심해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 천식발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보통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부모가 천식을 앓았다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천식이 악화되는 요인으로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감기, 담배연기, 황사, 대기오염, 기후변화, 스트레스 등이 있다.
천식은 찬 공기, 담배연기, 자극적인 냄새 등에 노출되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들리거나 기침이 발작적으로 일어날 경우, 밤중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기침이 발작적으로 일어나 잠을 깬 적이 있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운동 중에 혹은 운동 직후에 숨이 차고 마른기침이 지속적으로 나오거나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이 한 달 이상 오래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천식 환자, 32% 소아에서 발생
천식은 아이들에게 많이 발병한다. 천식 환자 중 약 32%인 60만2000명이 10세 미만 소아천식 환자다.
소아의 호흡기는 성인보다 산소교환 능력이 낮고 호흡 근육이 미숙해서 심한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지만, 가벼운 천식을 지닌 소아는 주로 기침만 한다. 하지만 기침을 많이 또는 오래 한다고 해서 천식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천식이 있기 때문에 기침이 낫지 않고 오래 가는 것이지 기침 때문에 천식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아 천식을 방치하면 기관지 조직 변형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성장장애, 가슴 기흉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해서 꾸준히 치료, 관리해야 한다. 또 성인천식과는 달리 환자의 절반정도에서 성장하면서 증상이 사라지므로 빠른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천식, 방치하면 재발 잦아 평생치료
하지만 천식은 거의 평생치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관지가 좁아져 영구적인 합병증이 생기기 쉽고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은 질환이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증상을 잘 조절하고 폐기능을 정상화하여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면서 치료 방법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식 치료에는 증상 완화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기관지 확장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요법과 원인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악화인자로부터 멀리하는 회피요법,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가 원인일 경우 알레르기원(allergen)을 소량부터 고용량으로 점차 증가시켜가며 체내에 주사해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치료가 있다.
알레르기 염증을 정확히 치료하면 기관지가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꾸준하게 치료하고 관찰하지 않으면 기관지가 좁아진 상태로 굳어지게 되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평상 시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있더라도 여러 자극 요인에 의해 갑자기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거나 기관지 확장제를 써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심한 발작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환경 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또 천식 환자는 축구나 농구 등과 같은 운동은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수영은 물에서 하는 운동이므로 기도가 쉽게 건조해지지 않고 기침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권장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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