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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企 옥죄는 '중기 대통령' 후보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9 17:07

수정 2017.04.19 17:07

文·安 '1800시간대 근로' 공약
"말라 죽을 위기" 기업들 반발
5.9 대선이 임박하면서 후보들이 백가쟁명식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일자리 해법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다. 특히 지지율 1위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주 52시간 근로 준수'에 더해 '임기 내 연 1800시간대 근로 실현'을 추가로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연 1800시간대 근로' 공약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연 1800시간대 근로라면 현행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40시간까지 대폭 줄이겠다는 뜻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 기업들은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의 당면 현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47시간이나 많다. 삶의 질을 높이고 부족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로를 의무화하면 기업은 연간 12조3000억원,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8조6000억원을 부담(한국경제연구원 분석)해야 한다. 제조업 근로자는 월급이 평균 13.1%(노동연구원 분석)나 삭감돼야 한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노사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은 인력을 추가채용하려 해도 오겠다는 이가 없어 결국은 사업 자체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럴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교섭력이 있는 대기업 노조는 임금을 어떻게든 보전하겠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소득감소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계가 완충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녁이 있는 삶' '50만개 일자리 창출'을 들먹이며 근로시간 단축의 순기능만 강조할 뿐 어느 누구도 이에 따르는 고통 분담을 말하지는 않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대선 이후로 연기한 것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중소기업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안이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의 틀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52시간 근로를 기업 규모별로 4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과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중소기업의 호소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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