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100일, 혼돈의 미국] 예측불허 대통령, 성적은 낙제…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7:42

수정 2017.04.27 17:42

(1) 정치 아웃사이더의 백악관 분투기
오바마케어 폐기도 물거품, 절반 이상의 성과 지표도
행정명령이나 각서로 통과
일평균 4.68회 트윗 정치
본인의 리조트서 정상회담, 파격적 스타일로 공직 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파이낸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00일을 각종 이슈별로 총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트럼프 100일, 혼돈의 미국] 예측불허 대통령, 성적은 낙제…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정책 생산성 측면에서 최악이었다." 미국 정치전문가들의 트럼프 대통령의 첫 100일 평가는 이렇게 야박하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은 대통령 취임 후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다는 점에 일단 근거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3개 '의회검토법(CRA)'에 서명하고 30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28개의 의회 통과 법안에 서명했다. 절반 이상이 손쉽게 할 수 있는 행정명령이나 각서로 이뤄낸 성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주요 세금감면안을 의회 통과시킨 것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킨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과감한 시도, 성과는 미미

미국 대통령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역사가 로버트 달렉은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낙제점을 줄 것"이라며 "어떤 법적 성취도 없다. 오바마케어 폐기 및 대체 약속은 무기력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이 공동 조사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에 D 또는 F 등급을 준 응답자는 총 47%로 A 또는 B 등급을 준 응답자 39%보다 높았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가 트럼프의 취임 100일이 '부진한 출발'이였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같은 기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1%보다 2배가 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로 지난 2월보다 4%포인트 하락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기존의 '취임 100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조셉 크라울리 하원의원(뉴욕)은 "트럼프는 에이브러햄 링컨도, 존 케네디도, 로널드 레이건도 아니다"라며 "미국이라는 가치에 전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취임 100일의 가장 큰 뉴스는 그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지 않은 길 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종류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자평처럼 역대 어떤 미국 대통령도 밟지 않은 길로 나서며 대통령직 자체를 실험하고 있다.

우선 내각 구성 과정에서 국정경험이 없는 재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는가 하면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요직에 기용해 다른 핵심 측근들을 견제토록 했다.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트위터를 통해 주요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국정 운영 스타일이다.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지난 2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은 총 440회로 하루 평균 4.68회꼴이다.

취임 이후 9번의 주말 가운데 7번을 자신의 소유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 역시 백악관이 아닌 이 리조트에서 연 것은 트럼프의 파격과 이단아 기질을 여실히 드러낸다. 린 바브렉 UCLA 정치과학 교수는 이에 대해 "트럼프는 단기적인 뉴스 매체를 사로잡는데 집중해왔다"며 "통치하는 사람들에게는 흔치 않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현실정치 높은 벽

이처럼 파격적인 스타일과 거침없고 과감한 행보에도 현실정치 벽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며 취임 직후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입법안'인 오바마케어 폐기 및 대체법안도 사실상 좌초됐다.

특히 '프리덤 코커스'를 비롯한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대체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등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됐다. 멕시코 장벽건설의 경우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2017년 임시예산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먼저 친러시아적인 입장을 바꿔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투하했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12일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은닉한 동굴지대에 비핵무기 중 최대 살상력을 가진 모압(MOAB)을 전격 투하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대선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서는 연일 "가장 위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치켜세우고 있다.


대통령의 잇단 말바꾸기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불러왔다.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사설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 따지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말바꾸기는 트럼프가 주류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증거라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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