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던 그 재수생은 13년 후 남성복 브랜드를 창업한다. O2O(On-line to Off-line) 맞춤 남성복 브랜드 스트라입스(STRIPES) 이승준 대표(37·사진)다. 이 회사는 16년 전과 지금의 쇼핑 방식이 바뀐 것처럼, '어떤 옷을 어떻게 사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스트라입스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을 하면 스타일 컨설턴트가 찾아가 사이즈를 측정한다. 여기에 더해 체형과 피부색 등을 따져 고객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컨설팅해준다. 중세시대 유럽 귀족들이나 누렸던 쇼핑 방식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방식의 '쇼핑 패러다임'은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의욕은 넘치지만, 매번 거액을 들이고도 이른바 '아재 패션'을 벗지 못하는 우리 시대 바쁜 남성들에게 제대로 먹히고 있다. 그래서 스트라입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다. 이 대표는 "실제 스트라입스 구매 고객 중 1년 이내 재구매하는 고객이 55%가량 된다. 6개월 내에 재구매하는 고객도 40%에 달한다. 평균 객단가는 40~50만원선으로 우리 스타일 컨설턴트가 추천해 준 스타일로 여러 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시스템을 '발명(!)'했을까. 이 대표는 "늘 창업을 꿈꿔왔다. 어렵게 창업 기회를 얻었을 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당시엔 점포를 얻을 만큼, 재고를 안고 갈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트렌드를 선도할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주문 제작방식'으로 '기본에 충실한 셔츠'를 팔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진보는 거듭되고 있다. 이 대표는 "2015년 SK플래닛 등으로 투자받은 자금 50억원으로 제조공장을 인수하면서 스트라입스의 약점이던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비스 영역도 넓어진다. 그는 "프리미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라입스 테일러드'부터 기성 사이즈와 핏을 조합해 맞추는 '스트라입스 커스텀' 등 그간 축적한 7만여건의 데이터를 활용한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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