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치권 협치, 이렇게 하라
장관 나누기식 협치는 한계, 인위적 정계개편도 부작용
黨과의 종속관계 경계해야.. 與野 영수회담 대화도 필요
장관 나누기식 협치는 한계, 인위적 정계개편도 부작용
黨과의 종속관계 경계해야.. 與野 영수회담 대화도 필요
19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집권 기반은 결코 탄탄하지 않다. 앞으로 5년간 여소야대의 다당구도 속에 정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 만큼 야당과의 협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일각에선 현재의 상황을 보고 36.7%의 득표율로 당선된 13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험난했던 여소야대 4당 체제를 떠올리기도 한다. 문 대통령도 과반 득표를 목표로 했지만 득표율이 41.1%에 그쳤다. 당청관계에선 과거의 청와대 일방독주를 탈피, 수평적이고 소통이 강화되는 새로운 당청관계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새롭게 열리고 있는 협치와 공존의 시대,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현명한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협치 목소리 높아…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정권에 부담될 듯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등 집권여당 민주당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120석인 민주당은 경쟁당들의 협조가 없으면 하반기 예산안 처리나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긴 주요 법안 하나 단독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민주당은 당분간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정체성이 비슷한 국민의당, 정의당과는 내각 일부 몫을 나누는 소연정이나 사안별 정책연대를 위한 협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정부의 협치는 내각 나눠주기식 협치에 머물지 말고 국가 대개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협치를 단순히 장관 몇 석을 나눠주는 식의 정치적인 의미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1933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00일 만에 개혁입법을 처리해 뉴딜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뉴딜연합' 처럼 지난 연말 촛불정국의 힘을 모아 '촛불연합'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야당과 시민사회, 대통령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방정부 개혁, 사회경제적인 개혁과제들을 풀어내는 협치의 틀부터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권 초기부터 야당에 끌려다닐 경우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역대 최약체 정부나 여당이 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150석 이상 과반의석을 목표로 국민의당 등과 통합론을 재점화시키면서 정계개편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과반득표의 목표에 못미치는 41.1%의 득표율을 얻었다는 것은 자만하지 말고 협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과거에도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이 의원 꿔주기를 했다가 역풍을 맞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정치학과 김용철 교수도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이질적인 세력 간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향후 국정운영의 부작용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대선이 다자구도가 되면서 소신투표가 늘어났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 관계 재정립
문재인 대통령 시대는 협치만큼이나 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역대정권에서도 집권초기,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내야 하는 청와대는 당청 간 균형관계보다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일방적인 당의 희생만을 기대하곤 했다.
반면에 집권여당은 청와대 독주를 견제하고 독립적으로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재집권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동상이몽의 관계였다.
집권초기 긴밀했던 당청관계는 집권 후반기에 결국 당청 간 불협화음이 대통령 레임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여당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당청관계는 당청분리가 아니라 당청일체로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거과정에서 참여정부 때의 당정분리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당정분리는 옳지 않았다고 본다. 당정일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며 "정당 공천이나 운영에 관여는 안하고 정책과 인사는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여당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면 최상의 구조가 되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얼마든지 종속관계로 변질될 우려도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와 여당은 박근혜정부에서 올스톱됐던 고위 당정청협의체 부활과 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등 소통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지도부와의 대화를 위한 영수회담이나 집권당 대표와 수시로 대통령이 대화하는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집권초기부터 수평적 당청관계를 구조화하고 협력과 견제, 균형의 틀을 조화롭게 맞춰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민주당도 하루빨리 체질개선을 통해 청와대,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당당한 파트너로 자리를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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