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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코어, 번지 인수 제안… 세계 곡물시장 들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8:55

수정 2017.05.24 18:55

번지, 시총 113억弗 세계 4대 곡물 업체
합병 제안 소식에 주가 장중 18% 폭등
상품가격 하락에 곡물부문도 생존 위협
인수.합병 통한 덩치 키우기 나서
글렌코어, 번지 인수 제안… 세계 곡물시장 들썩

스위스 금속 상품 거래업체이자 곡물 거래업체이기도 한 글렌코어가 4대 곡물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미국 번지 인수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글렌코어는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사업 결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번지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합병이) 성사될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번지는 시가총액 113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세계 4개 곡물 메이저 가운데 하나다. 합병 소식에 주가가 장중 18% 폭등하기도 했 다.


양사는 이달초 사전교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글렌코어의 곡물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 마호니 이사가 이달초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곡물거래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매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고, 바로 이튿날 번지 최고경영자(CEO)인 소렌 슈로더가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합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조정경기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마호니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제 시장은 "ABCD 그리고 G로 이뤄져 있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BCD란 4대 곡물메이저를 일컫는 말로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번지(B), 카길(C), 루이스 드레이퓌스(D) 등 4개 사의 머리 또는 중간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글렌코어의 곡물 거래부문은 이미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했다. 세계 최대 밀 거래업체이자 병아리콩 같은 콩류 최대 거래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덩치는 작아서 ABCD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드레이퓌스의 지난해 세전순익 8억3000만달러의 절반에 크게 못미치는 5억9200만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글렌코어가 곡물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섬에 따라 종자, 화학 업종에 이어 곡물 부문에서도 M&A 바람이 불 것인지가 주목받게 됐다.

상품가격 하락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상품가격 하락은 독일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 다우케미컬과 듀폰 합병 등 굵직한 M&A의 배경이 됐다.

곡물업계는 M&A 태풍의 사정권 밖에 있었지만 사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 부문 M&A를 주도하는 건 4대 곡물메이저 ABCD가 아니다.

글렌코어가 2012년 캐나다 곡물업체 비테라를 61억캐나다달러(약 5조원)에 인수했고, 일본 마루베니상사가 이듬해인 2013년 가빌론 그룹을 26억달러에 사들였다.

특히 2015년말 글렌코어가 상품가격 폭락세 속에 파산위기로 치달으면서 곡물 부문 회계를 독립시키면서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당시 글렌코어는 곡물 거래 부문 지분 49%를 캐나다 연기금(CPPIB), 브리티시 콜럼비아 투자운용(BCIM) 등 2개 캐나다 연기금에 31억달러에 팔았다. 지배주주는 글렌코어이지만 독자적으로 죄우하지도 못하고 부채와 자산도 따로 관리되면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버티컬 그룹의 애널리스트 헤더 존스는 "합병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마진을 끌어올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스는 이어 "번지가 가장 뚜렷한 목표물"이라면서 "다른 곡물메이저에 비해 소화하기가 더 쉽다"고 설명했다.


베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브 래버슨은 농업부문은 금속보다 더 안정적이어서 번지 인수는 "글렌코어로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글렌코어의 마호니는 2011년에도 대형 M&A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드레이퓌스 인수를 타진했지만 수주간의 협상 뒤 양측은 인수가에서 수십억달러의 이견을 보였고, 결국 거래가 결렬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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