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엄마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네가 있는 것 같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5 15:51

수정 2017.05.25 15:51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기념행사…한목소리로 사회적 관심 촉구
“너와 헤어진지도 어언 48년, 엄마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우리 원섭이가 있는 것 같아 찾아본단다”
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한기숙씨(77)의 편지가 낭독되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곳곳에 자리한 실종아동 가족들은 눈물을 글썽였고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한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으며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있는 다른 가족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등 주최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실종아동 가족들을 비롯해 관련단체 관계자, 실종아동 보호업무 유공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그림동화 상영과 ‘희망을 잇다.
Do Now Action’ 메시지 선포 등을 통해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실종아동 찾기 및 예방을 위해 조직된 민관협력단 ‘그린리본멤버스’(Green Ribbon Members) 발대식도 진행됐다.

특히 한씨는 편지낭독을 통해 48년 전 잃어버린 아들 최원섭씨를 찾고 있는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한씨는 “엄마는 아직도 네가 실종된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너를 유난히도 예뻐했던 하숙집 아가씨가 선물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 나갔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 하숙집 아가씨 방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한씨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방방곡곡을 찾아 헤맸다고 전했다. 그는 “너와 헤어진지도 어언 48년, 하늘 아래 어디서 살고 있니. 엄마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우리 원섭이가 있는 것 같아 찾아본다”며 “원섭이를 데려간 분들께도 부탁드리니 곁에서 가끔씩이라도 보고 싶다. 찾는 그날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형 기자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형 기자

■11번째 실종아동의 날…찾기와 예방에 주력
실종아동의 날은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6세 아동이 등교 중 유괴·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1983년 제정됐다. 이후 세계 각국이 동참했고 2007년부터는 한국도 실종아동의 날로 정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아동 신고는 한해 평균 2만건이 접수되고 있다. 18세 미만 실종아동 신고는 2012년 2만7295명, 2013년 2만3089명, 2014년 2만1591명, 2015년 1만9428명, 지난해 1만9870명 등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아동 대부분 조기에 발견되면서 미발견자는 2012년 4명, 2013년 1명, 2014년 3명, 2015년 7명 등이다.

그러나 초동수사가 절대적인 실종사건 특성상 1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 발견은 쉽지 않다. 경찰과 복지부, 실종아동전문기관 등은 2005년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실종아동법) 제정 이후 실종아동 예방 및 발견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DNA) 검사다. 2004년 시행 이후 올 4월까지 총 3만2996명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 대조를 통해 총 405명의 실종아동이 가족과 상봉했다. 특히 장기실종아동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유전자 검사 외에는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2012년 7월부터는 실종아동 등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지문·사진 등 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사전에 18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 치매환자 등의 지문과 얼굴사진을 경찰에 등록,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찾아주는 제도다. 경찰청 '안전드림' 웹사이트에서 직접 등록하거나 가까운 경찰서, 또는 지구대, 파출소에서 등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안전드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지문·사진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총 314만건이 등록됐으며 아동 145명, 장애인 102명, 치매환자 29명 등 총 276명을 조기 발견했다. 아직 사전등록 실적은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 4월 기준 18세 미만 사전등록 대상자는 총 873만여명이지만 실제 등록은 303만여명에 불과했다. 8세 미만은 대상자 360만여 명 중 263만여 명이 등록해 등록률이 높았다.

2014년 7월 도입한 실종아동 등 조기발견지침(코드아담)도 실종아동 찾기 및 예방에 효과적이다. 코드아담은 놀이공원,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아동이 발생할 경우 즉시 출입문을 봉쇄하고 인력과 장비를 활용, 수색을 실시하는 제도다.
코드아담 도입 후 지난 4월까지 총 1만1914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단 한 건도 빠짐없이 모든 실종아동을 찾아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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