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보기술(IT) 강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일까. 한국 사회에서 '사이버 인신공격'이 일상화됐다.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에서 벗어나 익명의 그늘에서 해방감을 마음껏 분출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골수 악플러들을 "상사의 불합리한 주문에는 순응하는 듯하다가 자기보다 힘이 약한 후배의 말에는 버럭 화를 내는 사람"에 비유했다. 문자 테러도 개인 차원으로 보면 현실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의 산물이란 뜻이다.
이로 인한 피해가 상처 입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공인이나 지식인들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하는 위축효과는 더 심각한 사태다. 공론의 장을 마비시켜 결국 민주적 여론 형성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을 방해하는 문자 테러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홍위병' 행태와 다를 바 없는 이유다.
익명의 저주 문자메시지를 보낸 주체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문재인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그룹, 소위 '문빠'일 개연성이 클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조차 유사한 문자폭탄 세례에 "질렸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나.
일찍이 철학자 칼 포퍼는 자신의 의견만을 영원한 진리라고 보고 다른 의견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를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양극단의 전체주의를 경험한 그의 소회였다. 그렇다면 선악 이분법에 따른 문자 테러도 긴 눈으로 보면 외려 문재인정부를 해치는 일일 듯싶다. 작금의 '사이버 분탕질'이 민주적 공론의 장에서 '양념'으로 치부되어선 안될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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