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전경련을 위한 변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5 17:30

수정 2017.05.25 22:24

[차장칼럼] 전경련을 위한 변명

"늘 건강하시고요, 늘 행복하세요."

예상치 못한 이별 문자에 당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보팀 허리 역할을 했던 그녀는 결국 전경련을 떠나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별 문자에 대한 진의를 확인하던 그때,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인천공항내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에 대한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다.

누구보다 일 잘하고 기자들과도 소통을 잘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전경련에 짐이 되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결단을 했다고 한다.
이른바 '최순실사태'로 전경련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직도 축소됐고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을 합쳐 40~50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기존 전경련 홍보팀도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교체됐다. 홍보팀 임원 자리는 사라졌고 팀장도 바뀌었다. 한명은 희망퇴직을, 또 다른 한명은 이직을 택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경련 패싱(passing) 현상이 본격화되자 기자실도 한산해졌다.

전경련이 잘못한 것은 맞다. 최순실사태에서 정경유착의 고리 노릇을 했다는 비판도 당연하다. 이에 관련 조직을 없앤 것은 물론 희망퇴직에 급여까지 삭감했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고위층은 대부분 임기를 채워 퇴직했다. 남아 있는 젊은 직원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전경련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도하고 있다. 이름도 곧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꾼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봤으면 한다. 무작정 해체하기엔 전경련이 그동안 쌓아온 자산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은 매년 재계회의, 경제협력위원회 등을 통해 미.일.중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해 총 31개국 32개 민간협력채널을 운영 중이다. 대만, 쿠바의 경우 공식 외교관계가 없지만 전경련에서 민간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경제 관련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외교 관계가 경직됐을 때 윤활유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국정지지도가 82.8%를 기록할 정도로 지난 6개월 국정 공백을 채우기 위한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국민들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과 전 국민이 합심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할 지금, 누구를 배척하기보다는 포용하고 누구를 따돌리기보다는 손을 잡고 함께 걸어야 한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속담이 회자된다.
'고양이 손'으로 비유될 정도로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전경련이지만 그 손을 뿌리치기보다는 잡아주는 문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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