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강화,이해관계 조정 필요 북한 문제 '南南갈등' 해결 시급
"외교에 정답은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중요합니다. 그동안 북한에 강압정책만을 썼기에 그럴 수 없었죠. 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경고와 함께 대화의 물꼬를 틀 좋은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교가 위기다.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위안부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등 주요국과의 현안은 민감하기 짝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과의 관계도 여전히 '긴장 모드'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유은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는 "정답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4대국의 강한 지도자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길 기대한단다.
김 교수는 25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오늘날 교통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상외교의 중요성은 커졌다. 각국 정상의 성향은 외교 관계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이 미친다"며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 푸틴까지 모두 강성 지도자다. 그들 중간에서 우리의 이익을 고민하며 (위기를) 잘 헤쳐나가려면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함께 지도자의 조건으로 내놓은 건 '줏대'다. 주관을 뚜렷하게 세워야 강대국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지적하며 "우리의 의견이 존중되려면 우리가 주관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중국.일본과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 이상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운 문 대통령의 '특사 정치'에 대해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빠르게 (특사단을) 파견한 것은 적절함을 넘어 잘했다고 칭찬할 만하다"면서 "특사단 면면을 보더라도 무게감 있는 인물들로 상대국이 잘 대접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단연 북핵 문제를 꼽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당장 한.미 사이엔 사드와 FTA 재협상,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 등이 놓여 있다. 그는 "트럼프는 전략가라기보다는 비즈니스맨이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크게 지르기도 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도 쓰지만 막상 말한 것보다는 부드럽게 행동하는 측면을 보인다"면서 "(트럼프가) 정확히 어떻게 나올지 예견하기 어렵지만 말려들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관계 형성에 주목했다.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서로 호감을 느끼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개최는 외교적 어려움 속에서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양국 정상이 앞으로 큰 방향에서 굳건한 동맹으로 협력하자는 뜻을 모으는 정도면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사드,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되 때로는 강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북한 문제를 풀어가기에 앞서 남남(南南) 갈등을 해결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김 교수는 역설했다. 방법론이 무엇이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남남갈등이 굉장히 심각하다"면서도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 북한체제가 잘못됐다는 인식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자주 만나거나 전화를 하고 또 국회에서 직접 설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보수진영의 반발이 있겠지만 인내하는 자세로 1~2년 노력하면 국민이 그 노력을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남남갈등 해소의 접점도 생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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