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항공기 엔진 손상 추락 위기도
불량 특수윤활유를 미국산 정품으로 속여 군에 납품한 혐의를 받는 전직 공군 부사관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불량 윤활유가 군용 항공기에 사용되면서 추락 위험이 발생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공군 부사관 출신인 모 윤활유 제조.판매업체 대표 이모씨(58)를 공문서위조 및 특경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정모씨(33) 등 업체 직원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 등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방규격에 미달하는 국내산 트랙터.오토바이용 윤활유에 미국 유명업체 상표를 위조, 부착하는 수법으로 총 34개 품목을 미국산 정품인 것처럼 속여 43회에 걸쳐 납품해 1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08년부터 방위사업청에 특수윤활유를 납품했으며 국외 제품 납품절차와 군 검수체계의 허점을 악용해 수입신고필증, 시험성적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만든 모조 윤활유는 공군과 해군, 육군에 모두 납품되면서 공군 항공기와 해군 헬기, 고속정 등에 사용됐다. 일부는 진동 및 엔진 실린더 헤드균열 등 손상을 입어 운항 중 추락 위험이 발생해 5회 정도 조기 회항했다. 추진 제어장치의 전자기판이 녹기도 했으며 장기 사용 시에는 기체가 손상되는 위험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군의 주요 무기와 장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다만 최근 발생한 불시착이나 추락 등 사고와 연관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 모 화력발전소에 같은 수법으로 가짜 미국산 발전기 엔진용 터빈 작동유를 납품하고 2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다행히 모조 터빈 작동유가 발전소에서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해 이들의 추가 납품 여부를 확인하고 군과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대상 중 하나로 지목한 '방위산업(방산) 비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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