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문학동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문학동네
'목소리 소설'이라는 특별한 장르를 탄생시킬 정도로 전쟁의 아픔에 대해 깊게 사유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신작이다. 그의 글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인터뷰를 토대로, 수많은 목소리가 담겨 '목소리 소설'이라고 불린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참상이 담긴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쟁에 참전한 여성들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 수많은 상흔을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로 알려줬다.
이번 책은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된 소년병과 그들의 어머니의 시선으로 본 전쟁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4년간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전쟁의 현실을 눈으로 봤고, 전사자 어머니를 대상으로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래서 탄생한 제목이 '아연 소년들'이다. 전사자, 특히 소년병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관에 담겨 돌아와서다. 작가는 참전자들과 이들의 어머니를 심도 있게 인터뷰하며,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고 문학작품을 즐겨 읽으며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끔찍하게 생각했던 평범하고 어린 소년들을 전쟁이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실제로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왜 만명이 넘는 소년들이 아연관에 담겨 주검으로 돌아와야 했는지를 파헤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쟁에서 승전국과 패전국은 존재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개개인의 국민들은 국가가 제시하는 이념이나 대의에 희생돼 고통을 받을 뿐이라는 진실을 말한다.
지난 23~2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작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작은 사람들'(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작가는 이렇게 불렀다)은 국가의 이용 대상이었다. 내 책은 역사가 간과하고 있는 이들의 역사를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제가 전쟁을 볼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다. 전쟁은 그 자체가 살인이고 전쟁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있을 수 없다. 21세기에 죽여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이념이나 이상이다"고 했다.
한편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다년간 수백명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왔다. 그의 작품은 논픽션 형식으로 쓰여졌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묘한 매력의 다큐멘터리 산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아낸 기념비적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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