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청문회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문재인정부 1기 인선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큰 하자가 없는 만큼 협치정신을 발휘해달라"며 임명동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쉽게 통과시켜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사청문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확정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을 당혹케 했다.
■與 "낙마 거론할 사유 없어"
민주당은 난항을 겪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에 당력을 집중했다.
지도부는 야권을 향해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청문회를 통한 검증 과정에서 '낙마'를 거론할 정도의 하자가 없던 만큼 조속한 국정안정을 위한 야권의 대승적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야권일부의 '협조 기류' 감지와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해도 대통령이 공식 임명을 할 수는 있다지만, 이럴 경우 협치 체제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여러 의혹들을 듣고 있지만, 적어도 국민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낙마를 거론할 정도의 하자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은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 드린다"며 "끝까지 대화와 타협속에서 4분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서 임명동의안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설득만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운 만큼 압박전술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추 대표는 "야당은 시험도 보기전에 불합격 시키려는 발상이 인사청문회의 도입취지를 얼마나 무색하게 하는지 잘 되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또 "야당의 입장에서는 한두 명 정도는 낙마를 시켜야 야당체면이 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안정에 협력을 해주시는 것이야말로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야당의 역할"이라며 사실상 '야권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지적했다.
■野 "강 후보자 불가" 한목소리
야권은 후보자 인준에 대해 서로 다른 셈법을 드러내고 있지만 '강 후보자 불가'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고심하던 국민의당은 이날 강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에 대해 '채택 불가' 결론을 내렸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강 후보자에 대해 일찌감치 부적격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민의당의 거부로 청문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해져 정부가 공언한 '협치'를 무색케 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대변인은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 직후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도덕성과 자질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김동연·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단 보고서 채택엔 동의하며 여당에 협조키로 했다. 필요한 경우 여당과 각을 세우면서도 사안별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가 종료된 후 입장을 결정키로 했다.
한국당은 강 후보자는 물론 김이수·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격 인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상조·김이수·강경화 후보자는 '부적격 3종세트'"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세 후보 자에 대한 지명철회 등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역시 세 후보자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부적격'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내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지금까지 재벌개혁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전했다.
강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당의 '부적격'입장과 반대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상문제가 청문회에서 제기됐지만, 파격적 인사를 무산시킬 정도는 아니다"라며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깼다는 파격적 인사를 지켜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전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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