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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 영향 웨이퍼 출하식으로 간소화.. 4월부터 일부 라인 가동
삼성전자가 15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한 평택 반도체 공장(사진)의 '준공식'을 별도로 개최하지 않는다. 그 대신 평택 반도체 공장의 가동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웨이퍼 출하식'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재판 등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13일 평택시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평택공장의 준공식 여부를 고민해 온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적인 준공식을 포기하고, 조만간 웨이퍼 출하식 등 간소한 행사로 이를 대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웨이퍼 출하식 등 내부행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초청 인사를 어느 선까지 볼 지, 아예 초대 안 할지 등도 고민하다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는 큰 행사를 여는 것이 좋지만 기업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음주 평택시와 삼성 임원들이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런 고심을 하는 데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룹 오너가 영어의 몸이 돼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축포를 터트릴 수 없다는 것.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장 준공식에 현직 대통령을 초청할 수 없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2년 전 평택공장의 기공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축사를 했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오너가 함께 연루된 삼성이 현 청와대에 선뜻 초청장을 전하기 애매한 처지다. 또 대통령 일정은 경호 문제상 최소 한달 이전에 확정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미 대통령 초대는 물건너 간 셈이다.
현재 완공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평택공장은 지난 4월부터 일부 라인에서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반도체는 처음 공장을 가동해 웨이퍼를 투입하면 보통 한달 뒤에 제품이 나온다. 준공식을 하기 전에 라인 구축이 완료된 상태여서 더이상 '세레모니'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반도체공장 준공식은 시범 생산을 거쳐 반도체 라인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본격 양산 시점에 맞춰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웨이퍼 수율이 80%가량, 월 생산량이 4~5만개 정도가 될 때 본격 양산이라는 표현을 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5월 평택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쏟은 이 공장은 축구장 약 400개 넓이인 289만㎡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인 기흥과 화성 단지 면적을 합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에서 최신 공정인 4세대 64단 3D V낸드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35.1%로 2위인 도시바(17.4%)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벌렸다. 평택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독주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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