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준, 본격적인 '중립화' 돌입 예고…자산 축소 계획 공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08:10

수정 2017.06.15 08:25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4일(이하 현지시간) 2007년 금융위기를 즈음해 시작됐던 통화완화 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하는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 후반 4조5000억달러(약 5055조원)에 이르는 연준 보유자산 매각이 시작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은 아직 중립 전환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지만 경제 상황이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어 이들 역시 조만간 통화정책의 고삐를 죌 가능성이 높다.

10년을 이어온 전세계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easy money)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도 이전과 달라진 금융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자산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연준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끌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미국채와 자산유동화증권(MBS)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어왔다.

이같은 양적완화(QE)를 통해 풀린 돈은 4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QE 개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보유 운용자산 매각 계획을 공개했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옐런 의장은 매각은 언제부터 시작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미 경제 개선흐름이 기대를 충족하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계획이 실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매각은 한꺼번에 4조5000억달러어치를 몽땅 팔아치우는게 아니라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조금씩 매각 규모를 늘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FOMC의 별도 성명에 따르면 1년을 두고 분기별로 매각한도 규모를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채의 경우 처음 석달 동안은 매각한도가 60억달러가 된다. 이후 각 분기별로 120억달러, 180억달러, 240억달러로 60억달러씩 증액되고, 1년 뒤에는 300억달러가 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가운데 매각 한도를 초과하는 채권 원리금만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MBS도 같은 방식이지만 규모가 작다.

40억달러부터 시작해 1년에 걸쳐 분기별로 40억달러씩 한도가 증액된다. 40억달러, 80억달러, 120억달러, 160억달러, 마지막으로 200억달러가 되면 한도 증액을 멈춘다. 자산 매각 1년 뒤가 되면 매달 200억달러어치씩을 매각하고 나머지만 재투자하게 된다.

연준은 한도 증액이 멈춘 상태에서 보유자산이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운용토록 해주는 수준이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자산매각을 이 기준에 따라 계속하게 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보유자산 규모를 얼마까지 줄일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많은 규모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자산매각이 시작되면 세계금융시장은 한차례 소용돌이칠 수도 있고, 별다른 충격 없이 곧바로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자산매각이 이전부터 계획된 것인데다 점진적인 축소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게 옐런 의장의 뜻이어서 충격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채권왕' 빌 그로스 등 비관론자들이 계속해서 지적하는 것처럼 금융시장은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막상 연준이 자산매각을 시작해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심각한 충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수익성, 금리차를 노리고 아시아 신흥시장 등으로 유입됐던 미국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시장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자산매각 계획이 구체화됐지만 이날 시장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연준의 유동성 흡수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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