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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로기준법 예외자입니다] 고용부 ‘감단직 인식 개선’ 엉뚱한 홍보영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0 17:17

수정 2017.06.20 17:17

(2) 고용부 ‘감단직 인식 개선’ 엉뚱한 홍보영상
아파트 경비원 사례 대부분 해당 안돼
제작 당시부터 동영상 논란.. 현재 홈페이지서 재생 가능
작년 감단직 신청 1만여건.. 고용부 승인률 98.3% 달해.. 근로감독관 현장 확인 없어
[나는 근로기준법 예외자입니다] 고용부 ‘감단직 인식 개선’ 엉뚱한 홍보영상

고용노동부는 2015년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인식개선 캠페인'이라는 홍보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당시 고용부는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언을 듣고 분신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감단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44초 분량의 영상은 아파트 경비원이 출근시간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며 시작된다. 경비원은 사다리에 올라 나무를 손질하고 경비실에서 택배를 건네주기도 한다. 순찰하는 모습도 일부 나온다.
이어 주민이 장 본 물건과 이삿짐을 나른다. 바닥의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일은 경비원 몫이다.

고용부가 만든 감단직 동영상에서 순수 경비원의 업무는 순찰 한 가지만 해당된다. 나머지 6가지 일은 '감단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부가 감단직으로 홍보하는 이 경비원은 감단직 적용 취소 대상인 셈이다.

■비감단직 업무를 버젓이 홍보영상이라고…

한국노총 이상혁 노무사는 "고용부가 청소, 조경 등 감단직 업무가 아닌 일을 하는 경비원을 홍보 영상으로 활용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망한 경비원도 업무 외적인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주민에게 "똑바로 안 한다"는 폭언을 듣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동영상을 확인하니 감단직 근로자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소개한 부분은 사실"이라며 "당시 담당자에게 확인 결과 홍보 동영상 논란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은 여전히 고용부 홈페이지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감단직은 감시 일을 주로 하거나 업무 중 대기 시간이 길어 고용부장관에게 승인을 받은 경우다. 경비원, 전기, 기계 관리자 등이 해당된다. 고용부조차 '감단직' 개념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감단직을 심사하는 근로감독관은 명확한 판단 기준 없이 승인을 내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련법은 감단직에 대해 '감시 업무를 주로 하는자' 혹은 '대기 시간이 현저히 많은 자'로만 규정해 명확한 판단 기준을 삼기 어렵다. 근로감독관 업무규정은 '감시적 업무라도 다른 업무를 반복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등 판단 요소를 두고 있지만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A지청 근로감독관은 "다른 업무가 전체 시간의 절반이 넘지 않으면 감시직으로 판정한다"면서도 "아파트 경비원, 전기 관리자 등은 과거부터 감시, 단속 업종이어서 서류만 맞으면 승인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가 고용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감단직 승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는 1만 439건의 감단직 신청 중 1만 263건(98.3%)을 승인했다. 최근 5년간 고용부의 감단직 평균 승인율은 98%에 달한다.

■현장 확인 없이 자료로 "업무 많아 실사는…"

이 때문에 현장에서 감단직에 해당하는 업무인지를 놓고 노사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경비 노동자가 느끼는 업무 비중은 방범안전점검(38.6%)에 이어 택배관리( 28.7%), 청소 (18.5%) 순이었다. 경비원들은 '다른 업무'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고 판단하지만 여전히 경비원은 대표적 감단직 적용자다.

현장 실사 없이 감단직 승인이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근로감독관이 감단직을 승인하는 데 '업무 종류' '업무 시간' 등은 중요 판단 요소로 작용하지만 사용주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다.
10년간 부산지역 마사회에서 감단직(경비)으로 근무한 A씨는 "취객을 쫓아내느라 맞은 적도 많았고 실시간으로 무전 지시가 내려와 쓰레기 청소, 시설 관리, 조경 업무 등 잡무는 모두 했지만 감시직을 벗어날 수 없었다"며 "사용자가 월급을 적게 주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근로감독관은 현장에 나와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의 B지청 근로감독관은 "감단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현장실사를 통해 24시간 업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업무가 너무 많아 실사 자체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상 사용주가 일부 업무만 추려 서류를 제출해도 감독관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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