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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漁 없는 코스피 하반기 IPO, 해외기업 유치 나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3 16:43

수정 2017.07.03 17:06

올 하반기 코스피 기업공개(IPO)에 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 상장을 추진하다 연기된 남동발전 등 발전 공기업 상장은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고, 호텔롯데 상장은 국정농단 사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한 연기될 처지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대형 IPO가 얼어붙은 공모시장을 녹였고 올 상반기에는 넷마블, 아이엔지생명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올 하반기는 '수주 절벽'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량기업 IPO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코스피 시장이 쏠림현상 없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이달 말 베트남을 시작으로 미국 등을 돌며 해외 우량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하반기 대어 줄줄이 빨간 불
3일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IPO 상반기 실적은 3조8898억원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연간 IPO 기록인 4조2727억원과 불과 5000억원도 차이나지 않는 호실적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최대어인 넷마블게임즈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 초대박을 터뜨리며 2조6617억원의 공모규모 조달에 성공한 영향이 크다. 아이엔지생명(1조1050억원)도 생명보험사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중박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코스피 IPO 시장에서 대어를 찾아볼 수 없다. 당초 하반기에 상장이 예정됐던 예비 상장기업이 모두 상장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발전 공기업 상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은 발전공기업 중 첫타자로 늦어도 내달엔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지도 못했다. 올 하반기 코스피 입성이 유력했던 동서발전 역시 상장 준비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남동발전, 동서발전은 모두 공모규모만 1조원이 예상된 대형 IPO였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발전 공기업 노조는 상장 시 공공성 훼손과 민영화 가능성을 우려해 상장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예상된 호텔롯데도 올해 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호텔롯데는 공모규모만 5조원이 넘는 초대형 IPO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아직 신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또 지난해 검찰이 신 회장을 수사한 혐의가 횡령·배임인 만큼 거래소는 상장을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재무구조가 투명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올해 내 호텔롯데 상장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드 여파로 롯데면세점의 실적이 둔화돼 롯데쇼핑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낮아진 것도 호텔롯데가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LS그룹의 자동차 전장부품 계열사인 LS오토모티브 상장도 위태롭다. LS그룹이 LS오토모티브 상장 대신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일부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우량기업이라도 발동동
이에 거래소 유가시장본부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달 말 장중 2400을 돌파하면서 코스피 2400 시대는 열었지만 우량기업 IPO가 끊어지면 코스피의 쏠림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이 좋을 땐 삼성전자 쏠림현상 등이 티가 나지 않지만 장이 조금이라도 꺾이면 코스피 시장이 휘청이는 등 건전성 문제가 붉어질 수 있다"면서 "끊임없이 우량 기업을 발굴해 시장에 진입하게 해서 업종, 종목을 다양하게 하고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도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신규 기업 유입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규 기업 유입은 시장 건전성과 성장성 향상에 기여한다"며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꾸준하게 주식시장에 유입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유가증권본부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등을 돌며 베트남에 있는 우량 한상기업이나 현지기업과 미팅을 할 것"이라면서 "미국도 방문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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