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햄버거병' 취약 연령 5세 이하... 여름철엔 위생 철처히 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9 14:12

수정 2017.07.09 14:12

'햄버거병' 취약 연령 5세 이하... 여름철엔 위생 철처히 해야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일명 '햄버거병'에 취약한 연령은 5세 이하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9일 "햄버거병은 면역력이 취약한 5세 이하 어린이와 75세 이상 노인에게 잘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또 유전적 요인도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하고 면역 억제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임신 중인 경우, 루푸스나 사구체신염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위험 인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햄버거라는 특성상 노인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섭취한다. 따라서 5세 이하 어린이가 취약연령으로 분류된다. 5세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신장기능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장균에 노출되면 감염이 쉽게 된다.
학계에 보고된 용형설요독증후군 발병률은 15세 이하 아이에서 인구 10만 명 당 1명, 3세 이하 소아에서 3명이다.

■햄버거병 원인은 '변종 대장균'
햄버거병의 정식 명칭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지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은 어린아이들이 집단 발병해 '햄버거병'이라고 불렸다. 당시 '햄버거병'이 발병한 후 지금까지도 매년 사망자를 내고 있는 변종 대장균(STEC)이다. 이 변종 대장균은 인체감염시 쉬가톡신이라는 병원성독소를 배출해 신장의 Gb3라는 특이적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해 신장세포 내로 침투해 신장기능을 빠르게 괴사시킨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대장균이 감염된 음식물에서 감염된다. 섭취한 대장균에서 독성물질인 쉬가톡신이 분비되고, 이 독성물질이 사람의 신장세포에 결합해 세포 속에 침입하는 것이다. 이후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 저절로 세포가 죽게 돼 신장기능이 떨어진다.

김 센터장은 "대장균은 햄버거 패티에만 있는 게 아니라 햄버거에 들어있는 야채나 주스, 우유 등에서도 나올 수 있다. 잘 씻지 않는 야채에서도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여러 논문에서 밝혀진 바 있다"며 "즉, 대장균이 발생할 수 있는 음식 재료와 조리 환경 때문에 아이에게 질환이 발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O157:H7 대장균에 의해 용혈성 요독증이 발생하는 경우, 3~4일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혈액이 동반된 설사를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혈액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 설사가 시작되고 빠르면 3~4일 후에도 용혈성 요독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피가 섞인 설사, 설사 후에 소변량 감소, 자꾸 멍이 들거나 피가 난다거나,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설사 후에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용혈성 요독증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급성 신부전이나 만성 신부전 같은 콩팥질환이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뇌졸중을 초래하기도 한다.

■아이들, 신장기능 약해 감염 쉬워
현재 5세 여아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체내에 독소가 쌓여 신장 기능의 90%를 상실한 상태다. 또 매일 10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대장균에 의해 발생한 경우 환자의 60~70%에서 급성 신부전이 오지만 그 중 80%는 신장 기능이 회복된다. 급성기 치료를 잘하게 되면 90% 이상이 생존하며, 9% 정도는 만성 신부전이 발생한다. 3분의 1 정도에서는 수년 후에 신장 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그중 일부에서는 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사망률은 10%로 내외이며, 어린이와 노인에서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석균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급성 신부전증의 경우 간혹 신장기능이 회복되기도 하지만 큰 손상이 입었거나 기존에 신장기능이 약한 경우에는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급성신부전의 경우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을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아이들의 경우 투석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장이식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아이들의 경우 수술이 가능하게 되면 부모의 신장을 받아 신장이식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쁜 균에 오염되거나 상했더라도 육안으로 보기에 이상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고, 맛이나 냄새로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미리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장균에 의한 용혈성 요독증은 6~9월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여름철엔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햄버거병 예방법
*살균되지 않은 우유, 주스, 사과식초 피하기
*음식 먹기 전과 화장실 다녀온 후, 기저귀 간 후 손 씻기 잘 하기
*주방 도구 자주 닦기
*음식 세척 잘 하기
*고기 잘 익혀서 먹기(70도 이상으로 2분 이상 가열)
*날음식과 먹을 음식을 구분해서 두기
*고기를 굽고 구운 고기를 이전에 생고기가 있던 접시나 그릇에 두지 말기
*냉장고에서 고기는 다른 재료의 아래에 두기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