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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막 시동 걸었는데… 정부는 초강력 ‘규제 브레이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1 17:33

수정 2017.07.11 17:33

임시운행차량 20대에 달하자 운행데이터 공유 법으로 강제
어길땐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사고기록 일일이 정부에 보고
스타트업 실험의지 꺾는 셈
자율주행차 막 시동 걸었는데… 정부는 초강력 ‘규제 브레이크’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이 관련 산.학.연을 중심으로 첫 발을 떼기 시작하자마자 정부가 '규제.감시의 칼'을 빼들었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 차량이 20대에 달하자, 운행 데이터 기록 및 공유를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의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정조치 및 시험운행 일시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도 준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운행 데이터 확보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 축적된 도심운행 경험이 필수인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보다 규제를 먼저 시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산업발전을 지연시키고 결국 글로벌 기업에 신산업 주도권을 모두 내주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시운행 데이터는 정부 감시나 제재조치 수단이 아닌 기술 고도화와 도로 인프라 보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 규제를 최소화 하고,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정지명령 역시 적용할 수 있는 경우를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행 데이터 보고 의무화 추진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및 교통사고 정보를 국토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규정을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위의 의결을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 계류 중이다.
각계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한번 없이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간 것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실 측은 "아직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사회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한 만큼,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사고 데이터를 저장 및 보고하는 게 중요하다"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토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토부가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조치"라며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성능시험대행자의 조사결과가 없더라도 즉각적인 시험운행 일시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추가 검토해야 한다"고 규제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지난 6일 발의한 유사 개정안 역시 국토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자율주행차의 관리업무에 대한 보고.검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족쇄에 발목 잡힌 자율주행차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규제가 결국 관련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작은 사고기록을 일일이 정부에 보고해야 하고 벌금규정을 둔 것은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실험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2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 서울대, 한양대, 네이버랩스, 삼성전자 등 총 19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또 최근 KT와 SK텔레콤, LG전자 등도 각각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신청, 안정성 테스트를 받고 있어 그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국토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구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량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을 누비고 있다.

이 중 대기업들은 그나마 작은 사고 기록이라도 일일이 정부에 보고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스타트업들은 아예 서비스를 개발할 엄두도 못 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가 활성화되기도 전에 산업에 '규제 대못'부터 박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학계 한 전문가는 "자율주행 연구자들을 잠재적 교통범법자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 누가 도심자율주행 같은 위험천만한 연구에 도전하겠는가"라며 "내부적으로 규제만 하고 있으면 퍼스트 무버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법과 규제만 자꾸 만들기보다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등 실증단지 구축을 골자로 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처럼 기존의 정책 논의부터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의 첫 번째 지침도 데이터 기록과 공유"라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당국에 보고할 정보범위를 먼저 정한 뒤 주행 상태와 교통사고 상황, 시스템 오류 등 주요 데이터를 어떻게 기록.공유하고 폭넓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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