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 94명은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 3층 대형 강의실에 모여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를 개최하고 지난달 19일 1차 판사회의 당시 추가조사 결의를 양 대법원장이 거부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판사회의는 “신뢰받는 사법행정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관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추가조사 결의 수용 거부는 이런 의혹 해소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 사법행정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양 대법원장은 지난달 판사회의가 요구한 판사회의 상설화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의 상설 판사회의체가 만들어 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일선 판사들이 인사 등 사법행정에 목소리를 낼 통로가 생기면서 대법원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 분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양 대법원장은 또 책임자 문책과 관련해서 후속 조치도 약속했다.
하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에 대해선 "교각살우"라면서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날 2차 판사회의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2차 판사회의에서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조사권한 위임 거부에도 불구하고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에 판사회의 추가조사 결의를 수요해 현안조사 소위원회(위원장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8기))에 조사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아울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조사자료 원본 보존 및 제출과 의혹 당사자들이 사용한 컴퓨터와 저장 매체를 보전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번 회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및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행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후 진상조사위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 의혹이나 대법원장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짓자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이어졌고 결국 2009년 이후 8년 만인 지난달 19일 1차 전국법관회의가 열렸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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