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의 임명 동의안이 헌정사상 첫 부결되면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을 올렸다 삭제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1일 안 대표는 공식 블로그에서 ''안철수 '김이수 부결, 우리가 20대 국회 결정권 가졌다"란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의 내용은 안 대표가 김 후보자 국회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자평하는 내용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당이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과시한 발언이다.
그러나 같은 날 이를 돌연 삭제했다. 이후 블로그에는 오후 5시께 ''부산폭우’ 안철수 “피해가 너무 크다… 국민의당 대표로서 대책 요청 중"'이라는 글을 다시 게재했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아 해프닝을 잡은 건 네티즌이었다. 이 네티즌은 삭제되기 전에 '웨이백 머신(Wayback Machine, 웹 보존 서비스)'을 통해 발빠르게 보전했고, 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면서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은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우면 그냥 버티던가 삭제는 왜 하는 거냐"라면서 "이러니 '간철수'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이 취미인가? 자랑스럽게 올려놓고선 여론 분위기가 안 좋은 걸 느끼고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소장 자리는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후 7개월 넘게 공석이다. 이번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됨으로써 국회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이번 회기에는 다시 표결을 상정할 수 없게 됐다. 다음 정기국회는 내년 2월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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