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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히어로] ‘지구 종말’ 막는 슈퍼히어로.. 유쾌하지만 암울한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6 08:03

수정 2017.09.16 08:03

토르: 라그나로크 포스터.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과 기존과 다른 갑옷을 착용한 토르가 인상적이다.
토르: 라그나로크 포스터.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과 기존과 다른 갑옷을 착용한 토르가 인상적이다.

10월 25일 토르 세 번째 단독영화 ‘토르: 라그나로크’가 개봉합니다. 팬들은 토르 1·2편인 천둥의 신이나 다크 월드보다도 더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마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넘어가기 전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에 ‘라그나로크’라는 비장한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삼았고요.

다음해 2월 블랙 팬서가 개봉하기는 하지만 인피니티 워가 탈(脫) 지구 규모를 보이는 만큼 여러 행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토르: 라그나로크야 말로 어벤져스 세 번째 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블랙 팬서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되 아프리카, 미국, 한국 등 배경이 한정적이죠.

사실 토르 단독영화 시리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가운데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천둥의 신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77%, 다크 월드는 66%를 받았죠. 낮지 않은 수치기는 하지만 각 영웅의 기원을 다루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가 80%, 아이언맨1이 94%인 걸 생각하면 흥행을 떠나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천둥의 신은 어벤져스에 토르와 로키를 등장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고 다크 월드 역시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인 ‘리얼리티 스톤’을 다뤘다는 데 의의를 둬야겠습니다.

■북유럽 ‘지구 종말’이 모티브.. 유쾌한 분위기 속에 암울한 전개가

토르: 라그나로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유럽 신화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풍의 아마겟돈입니다. 아마겟돈이 기독교에서의 지구 종말을 다룬다면 라그나로크는 다신교 성격이 강한 북유럽 신화가 몰락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한 마디로, 오딘·토르·로키 등의 신이 모두 사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내용이죠.

신들의 최후를 다루는 이야기에 비장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 역시 이와 연관 지어 그 운명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영화의 중국 개봉명은 ‘뇌신: 신들의 황혼’입니다.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케하는 영화 속 장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진= 영화 스틸 컷)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케하는 영화 속 장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진= 영화 스틸 컷)

고전 게임이 생각나는 복고풍의 로고. 유쾌한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자 일부 팬들은 "당황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고전 게임이 생각나는 복고풍의 로고. 유쾌한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자 일부 팬들은 "당황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작 공개된 예고편은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입니다. 신들의 최후에 걸맞은 장엄한 전투를 기대했던 일부 팬들은 복고풍의 로고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상케 하는 SF 배경에 도리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죽음의 여신’을 자처하는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습격, 초토화시키고 죽은 병사들을 시체로 되살려냅니다. 종국에는 세상까지 멸망시키려 하죠.

주인공인 토르는 제 힘의 원천인 망치 ‘묠니르’가 파괴돼 외딴 행성(사카아르)의 검투사로 전락합니다. 그의 아버지 오딘은 행방불명되기까지 합니다. ‘신의 몰락’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라그나로크라는 부제를 적절히 연출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네요.

플래닛 헐크에서 차용한 듯한 '외계 검투사가 된 헐크'의 모습.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헐크는 토르의 든든한 우군이 된다. (사진= 영화 스틸 컷)
플래닛 헐크에서 차용한 듯한 '외계 검투사가 된 헐크'의 모습.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헐크는 토르의 든든한 우군이 된다. (사진= 영화 스틸 컷)

그래도 든든한 우군들이 토르에게 힘을 보탭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헐크의 출연입니다. 예고편에서는 검투장에서 토르에게 대적하는 모습으로 첫 등장하죠. 아무래도 ‘플래닛 헐크’에서 착안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플래닛 헐크는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에 의해 지구로부터 추방당한 헐크가 사카아르에서 검투사로 활약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원작 코믹스에서 혁명을 일으킨 헐크가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외계 검투사가 된 헐크’라는 단편적인 모습을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관계를 회복한 의붓동생 로키, 여전사 발키리처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들을 배치,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특히 토르와 헐크의 ‘협연’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마블 영화는 팬들로부터 ‘믿고 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자랑합니다. 이 중에서도 크로스 오버가 이뤄진 단독 영화들은 특히 두드러진 흥행을 보여 왔습니다.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출연한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국내 관객 수만 720만 명에 달할 만큼 올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야 말할 여지가 없죠.

이런 기대감을 방증하듯 토르: 라그나로크의 예고편 조회 수는 괄목할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전문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해당 영화 예고편은 4월 공개된 첫날 1억 3600만 회의 조회 수를 달성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9400만 회였단 걸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괴된 무기, 힘 잃은 주인공.. 영화 결말에 대해 팬들 ‘설왕설래’

아스가르드에 닥친 위험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암시된 바 있습니다. 토르가 ‘스칼렛 위치’에 의해 목격한 환상에서 헤임달이 눈을 잃은 채 “우린 모두 죽었다”고 일갈하죠. 그는 아스가르드를 지키는 수문장인 만큼 다가올 위기에 경종을 울린 셈입니다.

토르가 던진 묠니르를 한 손으로 받아낸 헬라. 묠니르는 헐크마저 제대로 다룰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무기다. (사진= 영화 스틸 컷)
토르가 던진 묠니르를 한 손으로 받아낸 헬라. 묠니르는 헐크마저 제대로 다룰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무기다. (사진= 영화 스틸 컷)

세 개의 예고편에는 주목할 만한 장면이 많습니다. 먼저 묠니르가 파괴되는 장소는 지구로 보입니다. 유출된 촬영현장 사진에 남루한 오딘이 지구에 머무르는 모습이 담겨 있거든요. 토르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아버지를 찾으러 지구에 왔다”고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오딘이 사라진 아스가르드를 헬라가 습격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토르가 지구에 내려와 도움을 요청하지만 뒤따라온 헬라에 의해 묠니르가 파괴되는 거죠. 힘을 잃은 토르는 사카아르까지 끌려가게 되고요.

묠니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연 파괴된 망치를 복구하느냐'가 주된 논쟁이죠. 일각에선 닥터 스트레인지가 이를 되돌려 놓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토르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빈 맥주잔을 도로 채우는 장면이 근거죠.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는 타임 스톤을 다시 사용하게 됐다는 걸 암시합니다.

반대로 온 몸으로 전기를 내뿜는 토르를 비춰볼 때 묠니르를 포기하고 천둥의 신으로 각성할 거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영구적인 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오딘의 무기인 창(槍) 궁니르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헬라를 무찌르기 위해 이 창 혹은 오딘의 힘을 잠시 빌릴 걸로 보입니다.

영화는 그리 희망적으로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유출된 인피니티 워 예고편 첫 장면에서 토르가 정신을 잃은 채 우주를 떠도는 모습이 나오니까요. 아스가르드의 멸망을 막지 못했거나, 막더라도 토르의 신변에 위험이 닥쳤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신에서 번개를 뿜어내는 토르. 천둥의 신으로 각성한 듯한 모습이지만 영구적인 능력이라기보다 아버지 오딘 혹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 '궁니르'의 힘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 영화 스틸 컷)
전신에서 번개를 뿜어내는 토르. 천둥의 신으로 각성한 듯한 모습이지만 영구적인 능력이라기보다 아버지 오딘 혹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 '궁니르'의 힘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 영화 스틸 컷)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 창조주를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난 옵티머스 프라임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서 얼어붙은 채 우주를 떠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를 유추했을 때 토르가 인피니티 스톤·타노스에 대한 단서를 찾으러 모험을 떠난 가운데 변을 당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가설 중 하나일 뿐이니 스포일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역시 토르: 라그나로크를 기다리는 관객으로서 다른 팬들처럼 추측을 내놓았을 뿐이니까요.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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