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직에 성공한 안지희(가명·28)씨는 자신보다 3살 많은 신입사원 때문에 골치 아프다. 업무를 알려줄 때 존댓말을 해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 헷갈리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때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제 부사수이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많은데 대화할 때나 밥 먹을 때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나이가 어렸으면 좀 더 편하게 대하고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입사 후 5년간 막내였던 최범수(가명·30)씨는 신입사원 입사를 누구보다 갈망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이 자신보다 2살 많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회생활하면서 첫 후배가 생겨 너무 기뻤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며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정수기 물통 바꾸기, 복사하기, 회식 장소 예약하기 등 자질구레한 일은 여전히 내 몫이다”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뒤늦게 취업문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고충은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오동현(가명·30)씨는 회사에서 고등학교 1년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오씨보다 한 기수 높은 선배였다. 오씨는 “반가운 마음에 예의를 갖춰 인사했는데 후배 반응은 싸늘했다”며 “본인이 선배인 걸 티내려고 위세를 떠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특성상 기수 문화가 있어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건 좋은데 선배 노릇을 하려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칠 때는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3년차 이혜경(가명·37)씨는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회사 선배들이 대부분 본인보다 어리다. 처음 직장에 취업할 때부터 나이를 잊고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일도 배우고 했는데 최근에는 고민이 많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선배들이 본인을 피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생활은 나이보다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가끔 막말을 들을 때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나이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나이에 따라 줄 세우기도 하고 서열을 정하는 악습도 반복되고 있다. ‘나이도 어린놈이 버릇없이 뭐 하는 거야?’, ‘나잇값 좀 하세요’ 등 막말도 한다. 때로는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힘이 되기도 하고 죄가 되는 코미디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649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평균 연령’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333개사가 취업에 적정 연령이 있다고 응답했다. 신입사원 채용 시 나이 제한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절반 이상(56.4%)에 달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신입사원 적정 연령은 남성 28.2세, 여성 26.4세였다.
기업들이 나이에 상한선을 두는 이유는 ‘기존 직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48.4%, 복수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조직 위계질서를 흐릴 것 같아서’(31.1%), ‘조직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서’(29.2%), ‘쉽게 퇴사나 이직할 것 같아서’(16.1%), ‘금방 결혼이나 출산을 할 나이라서’(12.3%) 등이 뒤를 이었다. 나이 상한선을 넘긴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기업들은 무조건 서류 탈락(41.9%)을 시키거나 동점 시 불이익(39.2%), 감점 처리(18.9%)하는 식이었다.
직장에서는 족보가 꼬인다는 핑계로 나이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서로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나이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 존칭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안 그래도 살기 빡빡한 세상인데 굳이 ‘나이 문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